8월6일, 통영시 개도살장 개들을 구조하던 날 발견한 갓 태어난 강아지. 구조되지 않았다면 다른 개들과 똑같이 몽둥이에 맞아 죽임 당했을 것이다
‘여기는 경남 통영시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 오래된 개농장에서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개를 몽둥이로 때려 질질 끌고 다니며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온 마을에 울린다. 소름이 끼치고 정신적으로 힘들다. 계속된 민원에도 관할 지자체가 단속을 나오지 않는다.’
제보가 학대 장면이 담긴 영상과 함께 동물자유연대로 날아온 건 지난 7월29일이었다.
개를 몽둥이로 때려 죽이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은 이것이 2019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현실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같은 사람으로서 살 떨리게 부끄럽고, 매 맞아 죽는 개들의 모습이 고통스러워 눈물이 앞을 가렸다.
제보 속 영상에서 남자는 개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짧은 줄에 묶어 커다란 몽둥이로 개의 머리를 수차례 가격했다. 날짜가 다른 또 다른 영상에서는 머리를 빗맞은 개가 고통에 몸부림치자 있는 힘껏 몽둥이를 치켜 올려 개의 온 몸을 사정없이 두드려 팼고 개가 축 늘어지자 도살장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같은 곳, 같은 사람, 다른 날짜에 찍힌 여러 개의 동영상에서 남자가 개를 죽이는 방식은 동일했다.
경남 통영시 개도살장. 몽둥이에 맞아 처참하게 죽임 당하는 개들을 목격하며 살고 있지만 아직 어린 개들은 낯선 사람을 반긴다
이 사건 전, 초복을 앞둔 7월10일 경기 광주시에서도 극악무도한 개 도살 현장이 발각되었다. 제보자는 ‘외지인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가 유리병을 깨어 동네 유기견을 찌른 뒤 숨이 끊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토치를 사용해 개를 태워 죽이고 있다’고 했다.
제보자는 현장에서 바로 학대행위를 저지하고 개를 자루에 담아 도주하려던 학대자 중 1명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개의 상태는 전신화상과 극심한 쇼크로 죽을 수 있는 상태였고 현재 동물자유연대 협력 병원에 입원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독하다.
앞의 두 사건은 용감한 제보자의 현명하고 발 빠른 대처로 밝혀졌지만 대부분 개 도살은 은밀한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학대행위를 포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이보다 더 잔인한 도살로 고통스럽게 삶을 마감하는 개들은 끊임없을 것이다.
담벼락에 매달아 망치로 머리를 가격해 도살당하던 복남이는 현장을 목격한 유치원선생님의 제보로 구조되었다. 두개골과 턱뼈가 으스러졌고 한쪽 눈은 실명되었다.
지난 해 전국 최대 개시장으로 꼽혔던 성남 모란시장에 마지막 남은 개도살장이 철거되며 모란 개시장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모란시장 인근 태평동으로 옮겨간 도살장들도 철거되었다. 올 7월1일에는 남부권 최대 규모 부산 구포 개시장이 폐업하며 개식용산업의 몰락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개식용이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한, 잔인하게 도살되는 개들의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더 깊숙하고 은밀한 곳에서 더욱 더 잔인한 방식으로 개들이 죽음을 맞이할 것은 자명하다. 개식용이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에서 잔인한 도살 또한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술한 동물보호법에 숨어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다.
개를 먹는 것이 문화이고 개인의 기호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필연적으로 따라 오는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도살 방법에도 동의하는 것이다. 목 매달아 공기총으로 쏴 죽이고, 포대에 넣어 죽을 때까지 망치로 내리치고, 의식이 있는 상태로 펄펄 끓는 물에 집어 던져 죽이는 이 모두에 동의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생명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죽음마저도 처참한 개농장과 개식용이 존재하는 한 우리 나라는 전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르며 동물권이 후퇴하는 첫 나라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온갖 동물학대의 근본원인인 개식용을 방조한 방조범으로 남을 것인가.
8월6일, 동물자유연대는 몽둥이에 맞아 죽어가던 통영시 개농장에서 23마리 모두를 구조했다. 앞서 구조한 산 채로 토치에 불태워진 개에겐 ‘블레니’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제발 살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블레니의 고통은 너무나 깊고 삼복 개들의 홀로코스트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