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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옷장 속 비슷한 옷들이 묻는다 “너 비건이라며?”

등록 2019-12-10 13:53수정 2019-12-10 14:03

[애니멀피플] 혼자가 아니야: 나,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신소윤의 비거니즘 일기 ④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행위는 지구를 병들게 한다. 꼭 필요한 물건만 사서 오래쓰는 것 또한 비건 지향의 삶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행위는 지구를 병들게 한다. 꼭 필요한 물건만 사서 오래쓰는 것 또한 비건 지향의 삶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애피의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텀블벅 펀딩 바로가기: https://tumblbug.com/animalpeople_vegan

나는 맥시멀리스트다. 함께 사는 사람에게 “자꾸만 물건에 감정 이입하고 사연 좀 만들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느날은 아이에게 지구를 지키고 동물을 구하려면 빨대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어쩐지 스테인레스 빨대 세트를 살 구실 마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나의 사계절은 늘 겨울을 앞둔 다람쥐와 같다. 무언가를 사고, 모으고, 재어두느라 바쁘다. 맨날 입바른 소리만 하면서 사실 우리집에서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인간이 나다.

비건 취재를 하며 다양한 비건들을 만나고 있다. 취재를 하기 전에는 몰랐던 다양한 결이 있었다. 비건에 대한 흔한 편견은 엄격하고, 예민하고, 남을 가르치려 들고, 생활의 제약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도 이 편견에 한쪽 발 끝 쯤은 담그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난 2달간 내가 만난 비건 중에는 그렇게 바늘 꽂을 곳 하나 없어보이는 깐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떤 비건은 늘 ‘헐레벌떡’이었고, 어떤 비건은 정말 많이 먹었으며, 어떤 비건은 아주 많은 물건을 이고 지고 살고 있었다. 나와 너무 비슷해서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나와 조금 다른 결의 사람들에게는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꽂힌’ 비건은 맥시멀리스트로 살다가 점차 미니멀한 방식으로 삶을 축소해 나가는 쪽이었다. 과도한 소비는 지구 환경에도 위협적이지만, 너무 많은 물건은 사람의 일상을 짓누르기도 하니까.

어느 주말, 뒤늦게 봄·여름옷과 가을·겨울옷을 정리했다. 옷장 문을 여니 옷들이 만원 지하철에서 어깨를 잔뜩 움츠린 사람처럼 걸려 있었다. 계절별로 나누고 버릴 것을 추렸다. 꺼내고 또 꺼내도 옷장은 마치 화수분인 듯 옷을 쏟아냈다.

비슷한 옷을 왜 이리 많이 사뒀을까. 나는 다리가 30개쯤 달린 사람인걸까. 궁극의 핏을 찾겠다며 집착했던 검정 슬랙스가 우수수 쏟아졌다. 색과 모양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이유로 샀던 베이지색 니트 스웨터는 늦가을 낙엽처럼 쌓였다. 옷먼지에 숨이 막혀 마스크를 낀 채 스스로 좀 질린다는 생각을 했다. “올 겨울엔 더 이상 옷을 사지 않겠어.”

쌓인 옷더미를 뒤로 하고 비건타이거 양윤아씨에게 한 질문이 떠올랐다. “비건 지향적 소비란 무엇일까요? 무엇을 사고, 사지 않아야할지, 그리고 가능하면 소비하지 않는 게 좋은건지 헷갈려요.”

“비건 시작한다고, 일단 기존의 동물성 소재 제품을 버려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옷은 한번 입고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 기존의 것은 닳을 때까지 쓰되, 이후에는 좋은 것을 사서 오래 입는 것이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옷의 케어 라벨에 붙어 있는 성분 표시를 보고 동물성 재료가 쓰였는지 확인하는 습관도요.”

그리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게 어려운 건 아니에요. 안 한다고 불법인 것도 아니잖아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일종의 소비 습관이에요. 상황이 되면 세게 실천하고, 아닐 때는 좀 유연해져도 되는거죠.” ‘너 잘못한 거 아니야’라고 하는 듯한 그의 말이 조금 위로가 됐다.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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