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셰프 활동가인 안백린에게 요리란 비채식인에게 동물권을 맛있고 재미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강력한 언어’가 된다
애피의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16일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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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셰프 안백린에게 요리란 하나의 예술이다. 상징과 의미, 아름다움이 동시에 담긴다. 그의 작품들은 이름도 독특하다. 속세의 유혹, 토끼의 사찰, 춘천을 떠난 닭, 어부의 뗏목, 취중명상 등이다. 모두 그가 운영하는 비건 레스토랑 ‘소식’의 메뉴이기도 하다.
안 셰프의 초밥에는 생선이 없고, 닭갈비에 닭이 없다. 그의 주방엔 고기 대신 질문들이 있다. 우리는 왜 고기를 맛있게 느낄까? 맛있게 먹는 것까지는 좋은데 왜 남을 해치면서 먹을까? 그러면 남이라는 게 뭘까? 그를 생물학도에서 동물권 활동가로, 비건 셰프로 이끈 의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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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도가 셰프가 된 이유
12월5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안백린 셰프를 만났다.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조금 전까지 주방에서 요리하다 나오는 길이었다. 그는 단골 카페에 앉자마자 두유를 넣은 딸기라떼를 주문했다. “저는 이걸 소고기 라떼라고 해요.” 딸기의 붉은 과육이 그의 손짓에 따라 ‘마블링’처럼 두유와 뒤섞였다. 짓궂은 표정이었다.
어떻게 비건 셰프가 됐느냐고 물었다. “십 대 때 저는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어요. 살이 찌고, 뾰루지가 나서 고기를 끊었죠. 변비도 너무 심했고.” 그는 특유의 무심한 듯, 솔직한 화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 12월17일 방송한 ‘체험! 사람의 현장 막나가쇼’에 출연한 안백린 셰프. 방송 화면 갈무리
동물성 식품은 그의 몸에 맞지 않았다. 우유를 소화할 수 없었고, 고기 탓에 만성 변비를 겪었다. 9년 전 이렇게 건강상 이유로 페스코 비건(소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와 가금류 등을 먹지 않는 채식 식단)으로 채식을 시작했다. “처음엔 소화가 안 돼서 채식을 시작했지만, 안 먹기 시작하니까 나중에는 더 못 먹게 되었어요.”
관습적 육식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은 영국 더럼대에서 의료생물학을 전공하면서부터다. “우리가 자신의 몸을 너무 해치면서 살고 있더라고요.” 햄버거, 계란, 우유 등 동물성 식품에는 미처 생각지 못한 다양한 균과 약들이 포함돼 있었다. 항생제, 살충제로 키워진 공장식 축산동물의 고기는 사람 몸 안에서 염증과 질병을 일으켰다.
그에게 “슈퍼박테리아가 든 동물의 살을 먹고 이유도 모른 채 죽을 수도 있는 두려움”은 실재하는 공포였다. 우리는 왜 파괴적 식단을 지속하는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린 시절 교회에 열심히 다녔던 그에게 “한 사람의 몸은 템플(Temple·사원)”이었기 때문이다.
환경도, 자신의 몸도, 동물도 파괴해버리는 식단의 이면에서 그가 발견한 문제는 견고한 ‘육식주의’였다. “참 신기했어요. 가공육이나 빨간 고기는 WHO에서 선정된 발암 물질이거든요.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이나 환경 문제에는 늘 귀가 열려 있어요. 그렇지만 처참하게 살아가는 공장식 축산동물과 고기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어요.”
지난 5월 미국 로스엔젤레스 애니멀 세이브 활동가들이 도축장으로 실려 가는 돼지들에게 마지막 마실 물을 제공하고 있다. 로‘스엔젤레스 애니멀 세이브’ 제공
그는 우리가 ‘육식 마케팅’에 세뇌당하고 있다고 했다. “유튜브로 귀여운 동물 영상을 보면서 ‘치느님’을 칭송하고, 들판 위의 소를 보고 자연의 힐링이라며 소고기를 떠올리는 식이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실사판 테트리스’처럼 철창에 갇혀 도살장으로 끌려가던 돼지에게 마지막 마실 물을 줘 본 그는 고기가 한때 동물이었다는 끊어진 연결고리를 다시 잇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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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맛을 탐구하는 비건
“그래서 프라이팬을 잡게 된 거죠.” 지난 두 달간 애피가 만나온 다른 비건처럼 그도 공장식 축산동물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그가 선택한 곳은 “수많은 동물의 고통이 전시되는” 주방이었다.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우던 시절, 그는 셰프의 지시에 따라 랍스터 스무 마리의 머리를 망치로 박살 내며 깨달았다고 했다. “동물권 활동가가 꼭 있어야 할 곳이 주방이다.”
안 셰프는 책 ‘고기가 아니라 생명입니다’에 당시의 순간을 “나는 나의 주방장을 바꿀 수 없다는 것에 절망했지만, 역설적으로 고집불통인 그 셰프를 보면서, 한 셰프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그가 원한 것은 단순히 고기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었다. 채식이 더 아름답고 유쾌하고 맛있다는 신념을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음식이란 강력한 언어”로 자신의 철학을 전하기로 했다. 도심 속 사찰음식점이라는 매혹적인 개념은 이렇게 탄생했다.
안백린 셰프가 시장에서 요리 재료를 고르고 있다. ‘소식’ 제공
한때는 그도 비채식인에 대한 오해가 많았다고 했다. “무조건 안 들으려고 하니까 철학에 대해서도 공감을 안 하는 줄 알았어요.” 화장실 물 내리는 것이 아까워 텃밭에 용변을 보고, 과일을 먹으면 그 씨앗을 무조건 땅에 심었던 때다. 석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야 채식에 대한 거부감이 부족한 인프라 탓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먹고 사는 게 너무 바쁘잖아요. 힘들게 일하고 들어오면 일단 누워야 해요. 그런데 눈앞에는 삼각김밥이 있어. 어떻게 비건을 하겠어요. 한순간에 자기 인생을 통째로 바꿔야 하니까 부담감이 큰 거죠.”
그런 비채식인도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대부분 공감을 했다. 안 셰프는 이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풀떼기’를 주면서 하는 것과 맛있는 대체재를 주면서 하는 것은 다를 거란 생각이었다.
아마도 그는 현재 ‘고기의 맛’을 가장 열렬히 탐구하는 비건일 것이다. “요즘 저는 떡갈비를 어떻게 하면 고기처럼 만들까? 이 생각밖에 안 해요.”
2017년과 2018년 ‘너티즈’(Nutties) 라는 단체에서 세 차례 비건 파티를 기획했던 안 셰프는 이때 ‘고기의 진리’를 배웠다. 파티에 온 사람들은 콩고기 바비큐를 생고기로 착각했다. “육식의 만족감이 고기라고 불리는 것의 맛, 식감, 향, 지방 비율 등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소스와 식감을 재현할 수 있다면 굳이 살아있는 동물을 죽일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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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이야기가 생명을 구한다
안셰프는 식물성 고기를 ‘선악과’라고 표현했다. “맛깔스럽고 익숙한 모습으로 매혹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성경이 그에게 생명의 철학을 알려준 것처럼, 그도 자신의 요리 철학을 재밌는 이야기에 담고 싶다고 했다.
“겨울옹기라는 디저트가 있어요. 12년 발효한 쥐눈이콩 간장을 써서 만든 아이스크림인데, 12년이라고 하면 벌써 시간을 요리한다는 개념이 있잖아요. 접시 위에는 카카오로 재연한 흙, 코코넛 눈꽃이 올라가죠. 조그마한 옹기 안에 든 아이스크림을 퍼먹기 위해서는 그 눈을 치워야 하는 거죠. 마치 진짜 옹기 위에 쌓인 눈을 치우듯.”
서울 해방촌 비건 레스토랑 ‘소식’의 메뉴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항해의 시작, 어부의 뗏목, 겨울 옹기, 속세의 유혹.
이처럼 그의 요리 하나하나에는 나름의 서사가 담긴다. 5일 안 셰프와의 인터뷰에 앞서 애피는 그가 운영하는 비건 레스토랑 ‘소식’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도심 속 사찰음식점이라는 개념답게 좌식으로 꾸며진 내부에는 절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방석과 목탁이 놓여있었다.
1인용 소반 위에 세 가지 메뉴가 올라왔다. ‘토끼의 사찰’과 ‘노을의 온기’ 그리고 ‘속세의 유혹’이었다. 이전에 듣도 보도 못한 요리들이 장인이 빚은 그릇 위에 담겨 나왔다. 소식이 직접 공수해온 솔잎이 든 물을 마시는 것으로 식사는 시작됐다.
상 위에는 요리가 놓이는 동시에 ‘스토리 카드’가 함께 올라온다. “토끼가 뛰어노는 사찰을 상상합니다.” ‘토끼의 사찰’ 카드에 적힌 내용이다. 다양한 제철 나물 위에 아몬드 리코타 치즈와 구운 뿌리채소가 귀엽게 앉은 요리였다. “사찰을 표현한 리코타 치즈 위에 비욘드 미트에 버무린 당근을 직화로 구워냈다. 당근에서는 약간의 육즙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는 직원의 설명도 뒤따랐다.
비건 레스토랑 ‘소식’은 도심 속 사찰음식점이란 개념답게 좌식으로 꾸며진 내부에는 절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방석과 목탁이 놓여있었다.
“재밌고 맛있고 행복한 경험이 중요해요.” 그가 추구하는 것은 가성비가 아니라 가심비(價心比)다. 음식의 순간적 쾌락보다 오래가는 행복과 생각 거리를 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요리에는 인간 중심 사회에서 비인간 동물들이 겪는 모순이 종종 담긴다.
생선이 없는 사시미 ‘어부의 뗏목’은 윤회를 담았다. “어부도 언젠가는 다시 생선으로 태어날 수 있잖아요. 제가 불교도는 아니지만, 우리 음식이 결국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돌아가는가를 생각해 본 거죠.”
그가 생각하는 식사는 심오한 이야기가 담긴 맛있는 음식이 내 몸으로 들어와 생각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다. ‘춘천을 떠난 닭’도 마찬가지다. 새송이 ‘닭’ 주변에는 꽃잎들이 흩어져 있다. 드디어 춘천을 떠난 닭을 축하한다는 내용이다. “누구나 밥을 먹을 때는 행복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먹고 싶을 것”이기 때문에 동물에 관해 이야기를 하되, 생각의 문을 비스듬히 열어놓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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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적인 비건, 그거 저예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안 셰프를 찾는 전화가 왔다. 다시 주방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시곗바늘은 밤 10시가 훌쩍 지나쳐 있었다. 그는 다음날 오후 비행기로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해요. 그리고 치즈를 공수하러 갑니다. 외국에는 비건 치즈가 엄청 많거든요.” 좋은 재료가 눈에 띄면 ‘애피 식당’ 메뉴에 쓸지도 모른다는 말을 남긴 채 그는 후다닥 식당으로 돌아갔다.
애피는 1월16일 안 셰프와 함께 서울 해방촌 소식에서 ‘일일 저탄소 식당’을 연다. ‘애피 식당’은 동물과 채식에 대한 좀 더 깊은 경험을 담은 파인다이닝으로 마련된다.
준비한 코스는 두 가지다. 4가지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혼자가 아니야’와 6가지 요리를 선보이는 ‘지구와의 겸상’이다. 안 셰프가 애피만을 위해 새로 개발한 ‘곤드레 크림 까넬로니’도 새롭게 선보인다. 이날 일일 식당은 지난 10월 초부터 석달간 애피가 탐구한 비거니즘을 개성 넘치는 채식 요리로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우리는 안 셰프를 기획 초반에 그리고 마지막에, 두 번 만났다. 그는 자신은 건강한 비건이 아니라며, 더 훌륭한 분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비건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다채로운 면을 알려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워커홀릭 비건”이라고 했다. 아침 9시에 일어나 새벽 1시까지 ‘소식’ 일에 몰두한다.
“저를 그냥 음식에 새로운 의미를 담는 사람 쯤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맛있고, 기름기 많고, 짜고, 달고, 술도 마시는 비건, 속세적인 비건, 그게 저예요.”
애피의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16일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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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신소윤 기자 suoop@hani.co.kr
지나간 날들이여, 안녕!_마지막 비거니즘 일기
지난 11월26일 애피 팀원들이 함께 갔던 서울 마포구 합정동 ‘무대륙’에서 열린 마르쉐 채소시장. 박현철 팀장이 여느 셰프 못지않게 꼼꼼하게 채소를 살피고 있다.
“너 언제 돌아와?” 기획이 끝나가는 현재,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말뜻은 ‘너는 언제부터 다시 고기를 먹을 거냐’는 말이다. 나의 비건 지향 두 달 반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친구도 언젠가는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답했다. “아마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 같아.” 비록 나는 멸치육수를 먹고, 제철 생굴과 가리비의 유혹에 무릎을 꿇었고, 아직 비건 치즈보다 소젖 치즈를 더 맛있다고 느끼지만 더는 이 음식들을 먹으며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다.
‘해피 비건’ 직장인 양다솔씨의 말마따나 고기는 ‘구남친’ 같은 느낌이다. 한때 정말 사랑했고, 너무 좋은 추억이지만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그러진 않을” 시절. 그러나 반성하건대, 나는 새 애인이 주는 신선함과 자극에 휩쓸려 종종 덜 익은 태도로 쓸데없는 불화를 일으켰다.
지난 10월 초부터 애피는 석달간 ‘혼자가 아니야: 나,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을 취재하며 30여 명의 비건을 만났고, 그 가운데 14명의 비건을 인터뷰 하며 그들만의 ‘라이프 레시피’를 압축적으로 습득할 기회를 얻었다.
뒤돌아보니 하지 말란 것은 죄다 했다. “아무리 좋아도 남에게 무턱대고 권하지 말라”(강하라, 심채윤 부부)는 말도, “무엇보다 자신을 향한 비건을 하라”(유튜버 단지앙)는 말도, “건강한 채식이 아니면 비건을 지속할 수 없다”(베지닥터 이의철 사무국장)는 말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실천이 참으로 어려웠다.
‘비건이 정말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고 들이대다가 좁혀지지 않는 견해차로 절친과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좀 더 완벽하지 못한 자신에게 심통이 나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했으며, 비건을 하면 양껏 먹어도 좋다는 말에 ‘정크 비건’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기에, 언젠가 지금의 새 애인이 구남친처럼 느껴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깨어난 몇몇 감각들은 절대 되돌리지 못할 것들이 있다.
쑥갓이 그 어떤 허브보다 독특한 맛을 낸다든가, 내 몸에 감긴 동물의 털이 고통과 비명을 품고 있다는 것, 직접 싼 도시락을 펼치며 ‘부심’이 떠오르던 순간과 먹을 것을 함께 구매하며 즐거웠던 경험들처럼 말이다.
12월17일 애피의 ‘동물기자방’은 다시 한 번 ‘비건 공구방’이 됐다. “[공구] 비건빵 같이 사실 분. 황윤 감독님이 슬쩍 알려준 빵집이에요”. 신소윤 기자의 ‘벙개’에 박현철 팀장이 대량 주문으로 응답했다. 그 와중에 “몇몇 개는 완전 비건은 아니군요”라는 꼼꼼한 체크까지 곁들였다.
바로 어제(19일) 애피의 송년 회식이 있었다. 비건 ‘포틀럭 파티’(참가자들이 각자 먹을 음식을 싸오는 파티 문화)로 열 계획이었으나, 기사 마감에 쫓기다 현실적 대안으로 차리기로 했다. 장소는 사내 카페테리아였다. 와인잔은 각자 지참하기로 했다. 제철 과일 많이, ‘정크 비건’의 최애템 김말이 많이, 채식인이 아닌 이웃팀의 참가자와 함께 먹을 생선 초밥과 유부초밥을 넉넉히 준비했다.
10월7일 ‘비건 기획회의’를 마치고 삼겹살 회식을 하던 우리였다. 최대한 비건 지향을 해보자며 급조해 차린 회식 상이었지만 만족감은 3개월 전 회식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른 저녁에 시작한 회식은 11시가 넘어까지 이어졌다. 먹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눌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