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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고기 없는 ‘바른 먹거리’, 꿈일까요?

등록 2020-06-01 10:22수정 2020-06-01 16:23

[애니멀피플] 포스트 코로나19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묻다 ④
남기선 풀무원 상무
2018년 식생활 전략 확정 “고기 피하고 동물복지 재료 쓰자”
2028년까지 ‘케이지 프리 달걀’ 100% 목표...대체육도 개발중
풀무원이 내놓는 식품의 정책과 방향을 만든 남기선 상무는 “풀무원 제품에 고기를 쓰더라도 적게 동물복지 사육 방식으로 생산된 고기를 넣도록 로드맵을 짰다”고 말했다.
풀무원이 내놓는 식품의 정책과 방향을 만든 남기선 상무는 “풀무원 제품에 고기를 쓰더라도 적게 동물복지 사육 방식으로 생산된 고기를 넣도록 로드맵을 짰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는 록다운(폐쇄) 조처로 대형 도축장의 운영이 중단됐다. 육류 품귀 현상으로 고깃값은 치솟는데, 출하되지 못한 돼지와 닭은 사료비 부담 때문에 살처분 되고 있다. 육류대란을 통과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대체육(식물성 고기)을 만드는 푸드테크 업체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는 등 채식 열풍이 분다.

국내에서 육식 체제 이후를 준비하는 기업은 없을까? 각개약진하는 작은 기업이 여럿이지만, 강력한 흐름을 주도하는 기업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 식품기업 풀무원(대표 이효율)이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5월22일 서울 수서동 풀무원 본사에서 남기선 상무(58·풀무원 디자인 밀 사업부장)를 만났다.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에서 영양학을 공부한 그는 2008년 풀무원에 합류해 ‘바른 먹거리’ 정책과 방향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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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단백질만 먹어도 가능하겠어?”

―코로나19 사태로 풀무원 매출은 영향이 없나?

“식자재 납품, 급식 등을 운영하는 계열사의 매출은 좀 떨어졌지만, 풀무원식품은 살짝 늘었다. 전체적으로도 지난해 대비 조금 성장했다.”

―언제부터 동물복지가 기업의 중요 가치가 되었나?

“2014년이었다. 남승우 당시 총괄 시이오가 ‘식물성 단백질만 먹어도 인류 진화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서 보고하라’고 하더라. 머리가 띵했다. 우리가 두부 판다고, 인류의 미래까지 고민해야 하나?(웃음) 공부를 해서 결론을 보고했다. 동물성 단백질 없이도 영양학적으로 문제없다는 것이었다.”(창립자인 남승우 총괄 시이오는 풀무원 매출을 2조 원대로 키우고 2017년 경영에서 물러났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조처로 잔반 사료가 금지되자, 지난해 10월 농민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 돼지들을 풀고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조처로 잔반 사료가 금지되자, 지난해 10월 농민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 돼지들을 풀고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먹을 것을 파는 기업이 고기를 먹지 말라니?

“마케팅 부서나 제품 개발을 하는 연구원들도 힘들어 한다.(웃음) 하지만 경영진 철학이 확고하면, 조직은 그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2018년 식생활 전략이다. △영양 균형 △당 흡수 저감(low GL) △육류 대체(meat alternative) △동물 복지 등 네 가지인데, 풀무원이 식품을 만들 때 지향하는 원칙이다.” (4대 전략은 최근 들어 △영양균형 △식물성 지향(Plant forward) △동물 복지 등 3대 전략으로 재조정 되어 곧 발표될 예정이다.)

―두부 말고 고기가 들어간 식품도 팔지 않나?

“어떻게 보면, 중간 단계다. ‘채식주의자 하세요’ 하기에 고객이 준비가 안 됐고, 대중을 상대하는 기업으로서 당장 그렇게 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유도하되, 동물복지 사육 방식으로 생산된 고기를 넣는 방향으로 잡았다. 동물복지육은 공장식 축산만큼 대량생산이 힘들고, (가격 장벽 때문에) 소비자들이 건강을 해칠 정도로 많이 먹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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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고기-하얀 고기-생선-계란

―코로나19 사태와 우리 먹거리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코로나19 사태 사망자의 대다수가 기저질환자다. 당뇨병, 고혈압 같은 현대인의 생활습관병과 관련이 있다. 감염병 시대를 버티는 것은 결국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와 관련이 있다.”

―미국의 육류대란도 공장식 축산의 문제가 폭발한 것 아닌가?

“공장식 축산 농장의 가축은 밀집해 살고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 감염병에 더 취약하다. 인간의 탐욕이 자신의 발등을 찍었다. 지금은 인종차별이 말도 안 되지만, 불과 수십 년 전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코로나19 사태 같은 감염병이 반복될수록 우리가 당연시했던 문화도 바뀔 수 있다. 이미 서구 선진국에서는 채식을 지향하는 흐름이 엘리트 중심으로 퍼졌다.”

―육류 대체와 동물복지를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건가?

“어떤 고기부터 먼저 피할지 단백질 사용 원칙을 만들었다. 소, 양 등 붉은고기, 다음에는 닭, 오리 등 하얀 고기, 생선 그리고 계란 순이다. 소를 키우는 것과 닭을 키우는 것은 곡물(사료)과 물 사용량에서 큰 차이가 난다. 건강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순서대로 피한다. 이를테면, 풀무원이 내놓은 ‘올바른 핫도그’는 아질산나트륨 등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고,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섞어 소시지를 만들었다.”

―지난해 인기를 끈 얇은피만두는?

“얇은피만두에는 동물복지육이 안 들어간다. 하지만 일반적인 고기(대개는 공장식 축산)가 들어가는 제품에도 순차적으로 동물복지육 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모든 제품마다 이를 위한 로드맵이 설정되어 있다. ‘우리아이 첫 물만두’ 같은 제품은 높은 가격에도 소비가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동물복지육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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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건강하면 계란도 건강하다

―대표적인 것이 계란인 것 같다. 2028년까지 계란의 ‘케이지 프리’ 선언을 했는데.

“2018년 식생활 4대 전략을 세우고, 모든 계란을 동물복지란으로 바꿀 로드맵을 연구하고 있었다. 때마침 동물단체인 ‘동물자유연대’에서 전화가 왔다. ‘좋다, 해보겠다’고 했다. 그쪽에서 제시한 게 우리 내부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말까지 전체 계란 매출액 중 30%를 동물복지란으로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안타깝게도 23~25% 수준이다. 현재 계약한 농장을 완전 가동했을 경우 30%는 나올 거라고 봤는데, 매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동물복지형 유럽형 계사를 설치한 전북 남원의 풍년농장이 풀무원에 동물복지 계란을 공급하고 있다. 다단식 닭장이 있고, 닭들이 드나들 수 있는 구조다. 풀무원 제공
동물복지형 유럽형 계사를 설치한 전북 남원의 풍년농장이 풀무원에 동물복지 계란을 공급하고 있다. 다단식 닭장이 있고, 닭들이 드나들 수 있는 구조다. 풀무원 제공
―동물복지란이 기존 계란보다 두 배는 더 비싸다. 가격 장벽 해결책은?

“야심차게 케이지 프리 선언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16만 마리를 기르는 동물복지 농장과 계약했기 때문이다. 이 농장은 유럽형 계사를 설치했다. 배터리 케이지는 아니고 평사에다 다단식 닭장을 세워, 닭들이 드나들 수 있는 구조다. 평사에 10마리를 키울 수 있다면, 배터리 케이지는 그것의 20~30배를 키울 수 있다. 유럽형 계사는 평사보다 2~3배 정도 더 수용이 가능하다. 가격을 조금 낮출 수 있는 거지.”(배터리 케이지는 좁은 닭장이 아파트처럼 이어진 공장식 양계장을 말한다. 반면, 평사는 실내에 닭을 풀어놓고 사육하는 방식이다. 유럽형 계사와 평사 이상의 시설에 동물복지 인증을 한다.)

―결국 규모의 경제가 문제다.

“가장 큰 난관은 농장주를 설득하는 일이다. 농장주들은 계사 한 동씩 차례로 바꾸고 싶어하는데, 그동안에는 동물복지 인증이 안 되기 때문에 선뜻 못 나서는 측면이 있다. 한꺼번에 바꾸면 시설 공사를 하는 동안 생산을 못 한다. 그래서 계사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 있는 부농들에게 ‘투자를 해라, 우리가 사서 마케팅과 영업을 맡을게’ 하는 식으로 설득하고 있다. 몇 분이 긍정적이다. 대규모 농장을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하면, 동물복지란 비율이 확 늘어난다.”

―유럽형 계사가 닭의 삶에는 어떻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이라면 좋겠지만, ‘초원 위에 주상복합’ 정도라고 할까. 절충형이라고 보면 된다. 공장식 양계장에서 살던 닭들을 유럽형 계사 같은 곳에 풀어놓으면 처음엔 적응을 못 한다. 어디서 알 낳는지, 물 먹는지 모르고 허둥대는 것이다. 그래서 최초 병아리 때부터 적응시켜야 한다.”

―풀무원의 브랜드란 점유율이 80%가 넘는다. 풀무원이 동물복지란으로 바꾸면 슈퍼마켓 풍경이 좀 바뀔까?

“2028년 달성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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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목표는 ‘고기 프리’

―동물복지육이나 동물복지 계란이 사람 몸에도 좋나?

“소를 가둬 키우고 곡물을 먹이면, 고기의 오메가6 지방산 함량이 높아진다. 오메가6과 오메가3의 비율이 4대1 정도가 이상적인데, 지금 한국인은 오메가6을 20배 많이 먹고 있다. 항생제는 원래 치료 목적으로 썼다. 그런데 예방 목적으로도 쓰다가 가축의 몸무게가 늘어나는 걸 발견했다. 그러면서 사료에 첨가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2018년 말 기준 축산농가 6014곳이 무항생제 인증을 받았고, 소고기 3528곳, 돼지고기 795곳, 닭고기 667곳, 계란 469곳 등이다. 인증을 받으려면 사료에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첨가하면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풀무원의 방향은?

“과거에는 인공 첨가물을 넣는 게 당연시됐다. 풀무원이 먼저 무첨가 정책을 시작했고,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곡물과 해조류에서 단백질을 추출하는 작업 등 대체육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인간과 환경, 동물의 건강은 함께 가는 것이다. 각 제품 로드맵에 따라 동물복지 원료로 바꿀 것이다. 더 큰 목표는 고기를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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