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축제는 길이 2km 얼음 벌판 아래에 약 80만 마리의 산천어를 풀어놓고 잡는 축제다. 한겨레 자료사진
동물·환경단체들이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축제가 동물 학대가 아니라는 검찰의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9일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는 ‘산천어축제의 잔혹한 진실에 눈감은 검찰의 각하처분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산천어축제 주최 쪽과 화천군수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춘천지방검찰청은 화천군수 등을 상대로 낸 동물보호법 위반 고발건을 각하 처분했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문에서 “동물보호법은 식용 목적의 어류는 보호 대상이 아님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축제에 활용되는 산천어는 애초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양식된 점을 종합해 볼 때, 동물이라고 보기 어려워 피의자들에게 범죄 혐의 없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검찰의 각하처분이 동물보호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한 판단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검찰의 결정은 동물보호법 입법 취지를 무시한 사법학살과 다름없으며,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생명을 짓밟아도 된다는 그릇된 선례를 남긴 최악의 부실 수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산천어를 ‘식용 목적의 양식’이라 판단한 검찰의 결정이 억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실제 맨손 잡기 등을 통해 잡힌 산천어가 필연적으로 식용으로 이용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당수가 취식과는 관계없이 상해를 입히거나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축제 홈페이지에 의하면, 산천어축제의 주된 목적은 지자체 홍보이고 맨손 잡기 등의 체험활동은 참가자들의 오락·유흥의 목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2019년 산천어축제 풍경. 동물을 위한 행동
산천어축제는 길이 2km 얼음 벌판 아래에 약 80만 마리의 산천어를 풀어놓고 잡는 축제다. 얼음 벌판 위에 뚫린 수천 개의 구멍을 통해 산천어 낚시를 하는 것 외에 ‘맨손 잡기’ ‘옷 속에 넣기’ 등의 이벤트를 진행해 동물 학대 논란이 있었다. 올해 초 운동본부는 축제 주최 쪽이 산천어의 불필요한 상해와 죽음을 유발한다며 동물보호법 8조 위반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운동본부는 검찰의 이번 결정이 최근 동물 학대범죄에 실형을 선고한 사법부의 판단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지난해 7월 마포구 경의선 숲길 고양이 자두 살해사건과 화성 길고양이 연쇄 살해사건 등 동물 학대 범죄에 실형을 선고했다. 이달 초 울산지법 유정우 판사는 동물학대범에게 벌금이 아닌 이례적 징역형을 선고하며 판결문에 “동물 역시 생명체로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화제가 됐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