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포스트 코로나19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묻다 ⑤
인간동물학자 천명선 교수
격리와 혐오, 배제…코로나를 대하는 방식, 10년 전과 유사
구제역 때 ‘고기는 생명, 환경’이라는 자각, 코로나의 깨달음은?
인간동물학자 천명선 교수
격리와 혐오, 배제…코로나를 대하는 방식, 10년 전과 유사
구제역 때 ‘고기는 생명, 환경’이라는 자각, 코로나의 깨달음은?
인간동물학자인 천명선 서울대 교수는 9일 인터뷰에서 감염병 사태를 경제적 재난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사회심리적인 것까지 포괄하는 창의적인 방역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염병을 경제 재난으로만 보는 정부 ―인간동물학은 어떤 학문인가? “쉽게 말해 인간-동물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수의학, 인류학, 사회학, 지리학 등 다양한 학문이 제각각의 방법론을 활용하기도 하고 융합 방법론을 적용하기도 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분석한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동물에 대한 관심은 경제적인 수준과 비례한다. 인간동물학에서는 ‘사람도 힘든데, 무슨 동물까지…’ 같은 지탄을 받지 않을 경제 수준이 되면,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있다. 서구 학계에서 ‘왜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 질문을 던진 게 1990년대였다. 그때 인간동물학이 태동했다. 국내의 경우, 2000년대 초중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었다. 한 마리를 오래 키우는 문화도 시작됐다.”
2011년 1월11일 오후 경기 이천시 대월면 군량리의 한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돼지 살처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통제하고 격리하는 방식의 반복 ―코로나19 이후에도 그렇게 바뀔까? “우선 구제역 사태와 코로나19 사태의 방역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감염병이 발생하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동선을 통제하고 격리한다. 사람은 치료하지만, 동물은 죽여버린다는 점만 다르다.” ―또 어떤 점이 비슷했나? “축산 농민이 시내에 나가면, ‘저렇게 돌아다녀도 돼?’ 하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농장 감염 위험으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니까, 친척들이 집 앞에 음식을 두고 갔다. 가축 및 사료 운반 차량은 물론 수의사들 차량에까지 지피에스(GPS)를 달아 추적했다. 양돈 수의사들이 기본권 침해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방역 인력에 과도한 희생을 요구한 점도 똑같다. 많은 이들이 과로로 숨졌지만, 고귀하고 값진 희생이라며 말만 하고 끝났다. 지금도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다. “공장식 축산이 감염병 피해에 미치는 영향은 병원체의 종류와 환경에 따라 다르다. 방역의 위험성만 보자면, 돌아다니는 동물이 더 위험하다. 공장식 축산을 없앤다고 감염병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감염병 문제가 해결된다고 공장식 축산을 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_______
병원체를 지닌 생명체, 살처분만이 답? ―사람들은 ‘이건, 다 공장식 축산 때문이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적인 공장식 축산은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시설과 사육 기술 면에서 방역에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 물론 그 안의 동물은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취약하다. 하지만 신종 바이러스는 면역력과 관계없이 퍼진다. 게다가 법정 가축전염병은 회복할 시간 없이 살처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방역에 효율적이니까 공장식 축산을 할 것인가? 우리가 결정할 문제다. 좁은 공간에 많은 동물을 키운다. 보는 우리가 불편하다. 그렇다면 회피하거나 바꾸어야 하는데, 우리가 눈을 감고 있는 거다. 하지만 바꾸자고 마음먹으면 가능하다.” ―살처분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 있을까? “가축 질병에서는 살처분을 절대적인 해결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병원체를 보유한 생명체를 병원체와 동일시하고 없애버리는 파괴적인 방식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을 혐오하는 경향도 있지 않았나. 창의적인 해결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철새가 오는 일정 기간 동안 오리농장 문을 닫고 보상금을 줬다. 이런 식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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