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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잘 익은 참외 빛깔이 정겨운 노랑머리할미새

등록 2021-06-22 10:59수정 2023-11-28 16:52

[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희귀한 길잃은 새를 만나다…탐조는 기다림의 미학
어청도에서 만난 희귀 새 노랑머리할미새 수컷. 악천후에도 이어온 기다림이 가져온 행운이었다.
어청도에서 만난 희귀 새 노랑머리할미새 수컷. 악천후에도 이어온 기다림이 가져온 행운이었다.

지난 5월 9일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리에 도착해 5월 21일 탐조를 마쳤다. 탐조 기간 동안 맑은 날은 고작 4일 뿐이었다. 먼바다의 섬 어청도는 날씨 변화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군산여객터미널에서 출항을 기다리다 배를 타지 못하고 돌아서기도 하는데 어청도에서 육지로 나올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안개는 비, 바람보다 항해에 위협적이다.

노랑머리할미새 암컷이 나무 위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
노랑머리할미새 암컷이 나무 위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

노랑머리할미새 암컷이 물가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노랑머리할미새 암컷이 물가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5월 15일 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잔뜩 꼈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이슬비도 그치자 날이 갠다. 주변의 초록빛 나뭇잎들이 깔끔하게 보인다. 때마침 약속이나 한 듯 나뭇가지 위로 항상 만나길 바랐던 노랑머리할미새 수컷이 날아와 앉는다. 노랑머리할미새 암컷은 몇 년 전 어청도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수컷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를 관찰하다 보면 예기치 못했던 행운이 따른다. 결국 탐조는 기다림과 자연에 맡기는 것이 묘미인 것 같다.

나무에 앉아 땅바닥을 유심히 살펴보는 노랑머리할미새 수컷.
나무에 앉아 땅바닥을 유심히 살펴보는 노랑머리할미새 수컷.

개울가에 다른 새들도 있어 여의치 않은지 자리를 뜨는 노랑머리할미새.
개울가에 다른 새들도 있어 여의치 않은지 자리를 뜨는 노랑머리할미새.

노란빛 깃털이 유난히 눈에 띈다. 깃털이 매우 곱다. 머리에서 아랫배까지 짙은 노란빛이 잘 익은 참외처럼 보인다. 노랑머리할미새가 나뭇가지에 앉는 일은 흔치 않다.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며 잠시 주변을 기웃거리다 날아간다. 개울이 있어서 왔던 모양이다. 개울가에서 먹이를 찾을 것이라 생각하고 자리를 옮겨 기다리기로 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예측한 대로 노랑머리할미새가 개울로 내려앉는다. 노랑머리할미새는 물 근처와 넓게 개방된 초원을 좋아한다.

개울에 다른 새들이 떠나자 나타난 노랑머리할미새.
개울에 다른 새들이 떠나자 나타난 노랑머리할미새.

할미새 과의 다른 새보다 경계심이 강한 노랑머리할미새.
할미새 과의 다른 새보다 경계심이 강한 노랑머리할미새.

위아래로 흔들어대는 꼬리와 특유의 빠른 걸음으로 개울 바닥을 샅샅이 살피며 먹잇감을 찾고 먹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러나 노랑머리할미새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워낙 예민해 몇 번이고 날아갔다가 개울로 다시 내려앉기를 반복한다. 할미새 과의 새는 하나같이 꼬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빠르게 걸어 다닌다. 워낙 번잡하게 깝죽거려 어릴 때 할미새를 보면 깝죽새라고 부르던 기억이 난다.

바쁘게 먹이를 찾아다니는 노랑머리할미새.
바쁘게 먹이를 찾아다니는 노랑머리할미새.

할미새과의 새들이 긴 꼬리를 끊임없이 위아래로 흔드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꼬리를 흔들며 준비된 자세에서 언제든지 재빠른 행동을 할 수 있어 사냥에 도움이 된다거나, 위험한 상황이 닥칠 때 도피 수단으로 활용한다거나, 자신감 표출 또는 영역 침범 경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노랑머리할미새가 사냥감을 향해 재빠르게 달려간다.
노랑머리할미새가 사냥감을 향해 재빠르게 달려간다.

사냥감을 찾았다.
사냥감을 찾았다.

바로 먹이를 사냥하는 노랑머리할미새.
바로 먹이를 사냥하는 노랑머리할미새.

먹이는 주로 곤충과 절지동물, 작은 달팽이와 벌레다. 할미새는 비행하며 날벌레를 많이 사냥한다. 얕은 물가에서 먹이를 찾는 것은 수생 곤충인 애벌레와 물벼룩 등이 땅에서 찾는 먹잇감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몸길이 17~18㎝의 노랑머리할미새 암컷은 이마에서 등까지 회색빛이고 뺨은 노란색을 띤 회색이다.

날아가는 파리를 잡아 부리에 문 노랑머리할미새.
날아가는 파리를 잡아 부리에 문 노랑머리할미새.

물가에서 사냥한 먹이는 항상 씻어 먹는다.
물가에서 사냥한 먹이는 항상 씻어 먹는다.

노란색의 눈썹 선은 뺨을 지나 가슴까지 이어지고 배 아래 쪽으로는 옅은 노란색이다. 수컷은 머리 전체가 노란색이며 배와 가슴이 노란색이다. 뒷목에 약 1㎝ 정도의 검은 테가 가슴까지 이어진다. 다리는 검은색이다. 파도 모양으로 날며 땅 위에서 곤충을 잡아먹거나 공중에서 날벌레를 잡는다.

노랑머리할미새 깃털은 잘 익은 노랑참외를 보는 것 같다.
노랑머리할미새 깃털은 잘 익은 노랑참외를 보는 것 같다.

1999년 4월 제주도 구좌읍 하도리에서 수컷이 처음 관찰된 이후 전국에서 드물게 관찰된다. 동유럽에서 중앙 시베리아, 중앙아시아에서 몽골, 히말라야, 중국 서북부에서 번식하고, 이란 남부, 인도에서 동쪽으로 인도차이나반도 북부, 중국 남부에서 월동한다. 서유럽에서는 희귀한 새다. 번식기는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이며 4~5개의 알을 낳고 14일간 포란 후 13~15일이면 둥지를 떠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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