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로 유명한 멸종위기 강거두고래(강돌고래)가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카르마가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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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로 유명한 멸종위기 돌고래가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돌고래의 정확한 사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에 고통받는 멸종위기 해양생물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플로리다주 자선단체 카르마가와(Karmagawa)는 최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남쪽의 방카벨리퉁주 토보알리 해변에서 발견된 강거두고래(이라와디강돌고래·이하 강돌고래) 사체를 공개했다. 단체가 공개한 영상과 사진을 보면 강돌고래가 비닐, 생수병 등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안에서 마치 웃는 듯한 표정으로 죽어있다.
돌고래 사체를 처음 발견한 지역 주민인 이완 파딜은 지난 7일(현지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공개하며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이미 개체수를 찾아보기 힘든 강돌고래가 쓰레기로 가득찬 해변에서 부패된 채 발견됐다. 이 비극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돌고래의 죽음이 혼획(우연히 그물에 걸림)인지 다른 피해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강거두고래. 카르마가와 제공
단체는 “이와 같은 비극이 전 세계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플라스틱과 쓰레기가 강과 바다에 쌓이고 해양 생물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체는 팔로워 145만을 가진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동물 학대, 환경 오염과 기후위기 등을 알리며 네팔, 라오스, 캄보디아, 가나 등에 학교를 짓는 자선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강돌고래는 이마가 둥글고 주둥이가 짧아 마치 웃고 있는 것처럼 보여 ‘웃는 돌고래’라고도 불린다. 학명(brevirostris) 또한 ‘짧은 입술’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미얀마 이라와디강에서 처음 발견돼 이라와디강돌고래라고도 불리지만 갠지스강, 메콩강 등 동남아시아의 담수 하천이나 하구, 해안 가까이에 서식한다.
올초 캄보디아에서는 불법 어구인 자망에 걸려죽은 강거두고래의 사체가 발견돼 어획이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 이암 삼 운, 세계자연기금 제공
그러나 메콩강의 오염과 불법 포획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에는 멸종위기(Endangered, EN)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올해 초 캄보디아에서는
강돌고래의 사체가 열흘 새 3마리가 발견돼 서식지에서의 어획을 전면 금지했다. 당시 강돌고래가 자망(그물)에 꽁꽁 묶인 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한때 메콩강 전역에서 살던 강돌고래는 1997년 200마리로 줄었고, 현재 메콩강 전체 서식하는 개체수는 약 90마리로 추산된다.
강돌고래는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 상괭이와도 비슷하다.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는 “강거두고래와 상괭이는 아시아 일부에서만 서식하는 돌고래들이다. 공통적으로 연안에 서식하며 서식지 감소, 혼획 등 인간의 활동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고 전했다. 상괭이는 과거 한반도 서해, 남해 연안에 서식했으나 개체수가 급감해 2016년 해양수산부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다. 그러나 국내서도 잇따라 폐사한 채로 발견돼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2일에도 전남 여수, 고흥 해변가에서 2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한반도 서해, 남해 연안에 서식하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 혼획, 불법 어구 등의 피해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이러한 강돌고래들을 생존을 위협하는 주된 요인은 불법조업, 폐그물, 혼획, 해양쓰레기 등이다. 최근 인하대 해양과학과 김태원 교수 연구진이 국내 해역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상괭이, 남방큰돌고래 등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기도 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