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 강의 이라와디돌고래. 둥글고 뭉툭한 머리가 특징적이다. 단 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말 잇단 폐사로 우려를 낳았던 메콩 강의 마지막 강돌고래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핵심 보호구역에서 일체의 어획을 금지하는 조처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조처가 지역 어민의 불법 어획을 멈추고 강돌고래 서식지를 보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실은 2일 크라티에 지방의 메콩 강에 놓일 교량 기공식에 참석해 “크라티에 주지사에게 예외 없이 돌고래 보호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지시했으며 돌고래 보호를 위한 영구적인 핵심 지역을 설립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 지시는 “핵심 보호구역 수면에 부표를 설치해 그곳에서는 모든 어로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밝혔다.
한때 메콩 강 전역에 서식하던 이라와디강돌고래는 현재 캄보디아 북동부 크라티에 주와 라오스 국경인 190㎞ 구간에만 살아남았다. 그러나 불법 어구인 자망이나 낚싯줄에 걸려 폐사한 돌고래가 22일과 24일 잇달아 발견되는 등 죽은 강돌고래가 열흘 새 3마리에 이르자 국제적인 관심사가 됐다.
24일 자망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이라와디돌고래. 이암 삼 운, 세계자연기금 제공.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해 죽은 메콩 강의 강돌고래는 11마리로 최근 3년 동안 폐사한 개체수는 29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1997년 200마리로 추산되던 메콩 강 강돌고래의 전체 개체수도 약 90마리로 줄었다.
세계자연기금은 강돌고래가 줄어든 이유는 서식지 파괴와 자망, 폭약, 전기충격 등을 이용한 불법적인 어업이라고 밝혔다. 특히 값싼 나일론 그물이 보급되면서 강물을 가로질러 설치한 자망에 걸려 익사하는 돌고래가 늘고 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이라와디돌고래는 기수역과 해안에 서식하는 돌고래로 인도 동부와 동남아에 널리 분포하지만 멸종위기종이다. 특히 담수 개체군은 심각한 위협에 놓여 있는데 메콩 강의 집단은 5개 강돌고래 집단 가운데 가장 개체수가 많다.
방글라데시 석호의 이라와디돌고래.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의 모습이다. 디비옌두 아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메콩 강에는 한때 전역에 강돌고래가 살았지만 현재는 수심이 깊은 크라티에∼라오스 국경지대 190㎞ 구간이 마지막 피난처라고 세계자연기금은 밝혔다. 문제는 “이 피난처에 불법어업이 집중되고 있고 댐과 관개시설 건설, 농약과 중금속 오염, 플라스틱 쓰레기, 보트 충돌 등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세계자연기금 캄보디아 지부의 조사 결과 메콩 강 돌고래의 70%는 20살 이상이어서 번식 적령기를 넘어섰다. 이 돌고래의 수명은 27∼30살이다. 새끼의 사망률도 높아 지난 3년간 62%에 이르렀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셍 테크 지부장은 “사람이 초래한 이런 위기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당국이 돌고래 서식지에서 벌어지는 불법 어획 활동에 대해 강력한 법 집행을 하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불법어업이 이뤄지는 야간에 순찰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라티에 주 메콩 강에서 2012년 촬영된 이라와디돌고래. 아에프페(AFP) 연합 뉴스
그러나 엄격한 보호조처가 이뤄지더라도 메콩 강 돌고래의 개체수 증가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메콩 강은 수많은 어민의 생계가 달린 곳이고 대규모 개발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훈센 총리의 이날 강돌고래 보전 지시도 중국 차관으로 메콩 강을 가로지르는 교량 11개를 지었다고 장황하게 치하하는 끝머리에 한 마디 덧붙였을 뿐이다. 영국 <비비시>는 이날 “문제는 타이에서 라오스,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으로 흐르는 메콩 강 하류에서 전통적으로 어업을 하며 살아온 6500만 어민의 생계를 위한 대책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돌고래뿐 아니라 메콩 강 자체도 댐 건설 같은 개발과 기후변화로 인한 강 수위 변화로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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