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새들과 달리 사람에게 친밀감을 보이는 흰꼬리딱새. 순한 얼굴로 가까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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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꼬리딱새는 4~5월에 서해안의 크고 작은 섬 지역을 거쳐 가는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나그네새다. 몸길이 11~12㎝의 작은 새지만 균형 잡힌 앙증맞은 몸매가 아름답다.
특히 수컷 흰꼬리딱새 멱에 있는 주황색은 그를 유난히 돋보이게 한다. 암컷은 멱에 주홍깃털이 없고 청초한 듯 기품이 있어 보인다. 가을 이동시기에는 주황색이 없어져 암컷과 같은 모습이 된다. 비번식기엔 암수 구별이 불가능하다.
흰꼬리딱새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골똘히 생각하는 영리한 모습으로, 종종 어딘가를 응시하는 눈빛이다. 볼 때마다 귀엽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떤 이유에선지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온다. 작지만 촐싹거리지도 않는다.
솔딱새과의 새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행동은 꼬리를 위아래로 자주 움직이는 것이다. 횃대에서 꼬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이유는 공중을 나는 곤충을 언제든지 재빠르게 잡기 위한 사전 준비 운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솔딱새과 새들이 그렇듯이 흰꼬리딱새도 예외는 아니다.
호기심 많은 흰꼬리딱새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흰꼬리딱새는 꼬리를 위아래로 흔드는 습성이 있다. 공중에 있는 곤충을 사냥하기 위한 준비자세일지도.
사냥을 위해 앉아있던 횃대로 정기적으로 되돌아오는 습성도 있다. 횃대에서 날아 공중이나 지상에 있는 곤충을 잡기 위해서다. 흰꼬리딱새는 작은 곤충을 매우 좋아하지만, 식물의 종자나 나무 열매를 먹기도 하고 잎사귀 사이에서 애벌레를 사냥하기도 한다.
흰꼬리딱새는 중간 기착지에 머물며 기력을 회복해 번식지로 날아갈 채비를 단단히 한다. 아주 짧은 거리를 자주 오가며 비행하기 좋고 먹이가 풍부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해 한 번 터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온종일 바쁘게 움직이는 부지런한 새다.
쏜살같은 흰꼬리딱새의 날갯짓. 날개도 아담하고 귀여운 모습이다.
흰꼬리딱새는 앉아있을 때 날개를 내리고 있는 것이 특징적인 자세다.
앉아있을 때 날개를 빠르게 터는 습성이 있는 흰꼬리딱새.
이동 시기에 잠시 머무는 중간 기착지에서도 먼저 도착해 영역을 확보한 새들은 텃세를 부린다. 영역권 내 횃대를 놓고 벌이는 세력 다툼의 기세는 맹렬하다. 흰꼬리딱새는 작지만 다른 새들에게 주눅 들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적당히 눈치를 살펴가며 매우 우호적인 행동을 보인다. 몸집이 큰 새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편이다.
작고 가냘픈 몸으로 수천㎞를 이동한다. 번식을 위해 목숨을 담보로 수천㎞를 이동하는 것을 보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동 중에는 탈진하여 죽거나, 천적에게 공격을 당하는 등 수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우리나라 서해안에 넓게 퍼져있는 섬들은 먼 거리를 이동하는 조류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이어주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흰꼬리딱새는 다른 새들과 달리 앉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수컷은 번식기에 몸 윗면은 회갈색, 꼬리는 검은색이며, 외측 꼬리깃 기부의 3분의 2가 흰색이다. 턱밑과 멱의 오렌지색은 가슴의 폭 넓은 회색 부분과 명확하게 경계를 이룬다. 부리는 검은색이다. 암컷 몸 윗면은 엷은 회갈색이며, 꼬리는 수컷과 같은 색이다. 허리와 위꼬리덮깃이 만나는 부분은 검은색 또는 흑갈색으로 더 어둡게 보인다. 아랫부리의 대부분이 검은색으로 보이며, 기부는 연한 담황색 또는 살구색이다. 몸 아랫면은 담황색이 약하며 흰색이 강하다.
텃밭 울타리에 앉아 사냥감을 살피는 흰꼬리딱새. 귀여운 인형을 올려놓은 것 같다.
번식지로 향하는 길은 멀지만 여유를 잃지 않는다.
주로 활엽·낙엽 삼림 지대, 특히 물 근처에서 발견된다. 흰꼬리딱새는 나무 구멍이나 비슷한 움푹 들어간 곳에 열린 둥지를 짓고 4~7개의 알을 낳는다. 러시아 동부에서 캄차카, 몽골 북부, 아무르에서 번식하고, 인도 북동부,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에서 월동한다. 우리나라를 흔하지 않게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가을철에는 9월 초순부터 10월 하순까지 통과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