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새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살핀다.
동박새란 이름을 들으면 동백꽃이 생각난다. 동백꽃의 곁에는 언제나 동박새가 있다. 동박새는 동백나무가 많은 우리나라 남해안과 섬 등지에서 서식하는 텃새여서 그럴 것이다.
동박새는 뜰 안과 주변의 정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새다. 다른 새들처럼 사람을 피하거나 놀라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는 온순한 새다. 종종 문학작품과 그림의 소재가 되는 이유이다.
바닥에 쌓인 낙엽에 내려와 먹이를 찾는 동박새.
푸른 나뭇잎과 동박새의 깃털이 비슷해 잘 살피지 않으면 보기 어렵다.
동박새의 식성은 식물성으로 주로 꿀과 열매를 먹는데, 혀끝에 붓 모양의 돌기가 있어서 꿀을 빨 때 편리하다. 특히 동백꽃의 꿀을 좋아해, 벌과 나비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인 이름 봄 동백꽃 필 무렵에는 동백나무에서 무리 지어 꿀을 빨아 먹으며 꽃가루받이를 돕는다.
동박새는 ‘동백새’라 부르기도 했다. 동박새 하면 동백꽃이 연상되는 것은 그만큼 동박새와 동백꽃이 오랜 세월 관계를 유지하며 우리 곁에서 함께해 온 새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박새 부부가 나뭇잎에 숨어 사이좋게 앉아 있다. 눈만 빼꼼히 보인다.
먹잇감을 찾아 다른 나무로 자리를 옮기는 동박새.
동박새는 중부내륙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새다. 그러나 기후변화 때문인지 중부 지방에서도 간혹 눈에 띈다. 지난달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에서 동박새 부부를 어렵게 만났다. 해마다 광릉숲에서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소수의 동박새가 드물게나마 관찰되는 것을 보면 월동하는 것 아닌가 추정된다.
몸길이가 11.5㎝로 작은 동박새는 낙엽활엽수 사이를 이동하며 거미와 애벌레, 곤충 등을 찾아 이리저리 움직인다. 우거진 나뭇잎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동박새는 아직 둥지를 짓지 않았다. 나름대로 영역을 정해 놓고 서로가 사랑을 키우는 것 같다.
먹잇감이 숨어 있는 곳을 찾은 동박새가 나뭇가지에 앉았다.
둥지는 나뭇가지 위에 이끼와 식물의 뿌리, 깃털 등을 소쿠리 모양으로 매달아 만드는데, 재료가 부족할 때는 인공재료를 이용하기도 한다. 4∼6월 번식기에는 암수가 함께 생활하지만, 비번식기에는 무리생활한다. 알은 4∼5개를 낳고 품는 기간은 11∼12일 정도다. 11~13일이 지나면 다 자란 새끼들이 둥지를 떠난다.
몸 윗면은 노란색이 도는 녹색이고 아랫면은 흰색이다. 눈 가장자리에 흰색 띠가 둘리어 있어 귀여움을 더한다. 동박새의 깃털은 노란색과 녹색이 혼합된 듯 미묘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감람석의 빛깔을 닮았다. 살아 움직이는 보석인 셈이다.
입맛에 맞는 먹잇감을 찾기 위해 자리를 자주 옮기는 것 같다.
암수가 똑같은 크기와 빛깔이어서 맨눈으로 구분하기 힘들다. 예전엔 울음소리와 생김새가 예쁘고 행동과 표정이 귀여워 불법으로 포획하여 사육하는 일도 많이 있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