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선선해지면 김포 굴바위산에 수리부엉이 이중창이 울려 퍼진다. 낮고 굵은 톤으로 수컷이 “부엉”하고 부르면 어둠 속에서 하이 톤으로 암컷이 “우엉”하고 화답한다. 암컷의 부름에 수컷이 덩달아 답가를 하기도 한다. 한동안 들리지 않던 수리부엉이의 구애 울음은 6~7년 전부터 이 동네에서 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민둥산이었던 마을 뒷산에 나무가 제법 자라 숲이 생기자 새들이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수리부엉이를 처음 봤을 때는 4년 전 설 쇠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혹한의 정월이었는데 새가 바위 위에서 알을 품고 있었다. 절벽 사이에 놓인 둥지라고 해야 찬 바위 위에 얇게 깔린 흙이 전부다. 암컷은 알을 품을 때면 가슴팍 털을 뽑아 맨살로 알에 자신의 온기를 전한다고 했다. 또 풍성한 깃털은 알의 온기를 지켜 체온을 빼앗기지 않는 이불 역할을 한다. 둥지가 볕이 잘 드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 다행이었다.
첫 해에 둥지에서 50여 미터 이상 떨어진 건너편 산 중턱에 은밀하게 위장 텐트를 만들었다. 알을 품고, 부화한 어린 새를 위해 사냥해서 먹이를 찢어주는 어미의 모습까지 야생의 부엉이 모습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을 작정이었다. 위장 텐트에 들고 날 때는 어둠을 틈타 새벽과 야밤을 이용했다. 둥지서 먼 길로 빙 돌아서 다녔다.
하지만 둥지 맞은편을 포함해 숲 전체가 수리부엉이의 관할구역이었다. 새는 사람이 숲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낙엽 밟은 소리를 내며 숲을 빠져나갈 때까지 내 모습을 일일이 알고 있는 듯 행동했다. 둥지로 들어오는 모습을 기다리면 나타나지 않더니, 둥지서 알을 품고 있으면 내가 먼저 위장 텐트에서 나와 숲을 벗어나기 전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새는 밤의 제왕답게 야행성인데다 번식기이기 때문에 둥지 가까이 접근하기가 조심스럽고 어렵기만 했다.
고심 끝에 다음 해는 포란을 시작한 둥지 옆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했다. 사람이 직접 드나들지 않자 새는 경계심을 풀었고 낯선 카메라에도 곧 익숙해졌다. 일정 간격으로 연속해서 찍히는 인터벌 촬영을 시도했다. 한번 설치한 카메라는 30시간 동안 셔터를 눌렀다. 128기가바이트 저장 장치에 4만여 컷이 넘는 사진이 한번 작업으로 담겼다.
피사체의 움직임을 보고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운 점도 있다. 재빠른 새의 동작이 만든 결정적 장면은 대부분 놓쳤을 것이다. 무작위로 찍힌 모습을 돌려보며 새의 행동을 퍼즐 맞추듯 이해해야 하는 셈이었다. 지난해는 둥지서 새하얀 알 3개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일도 생겼다. 사람의 간섭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방해 요인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굴바위산서 밤마다 울려 펴진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이중창은 올 겨울에도 다시 결실을 맺을 것이다. 내년 봄이면 어린 새는 어미 품서 반쯤 몸을 내고 볕을 쬐고 있겠지. 사진처럼.
사진·글 김진수 한겨레21 기자 js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