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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지정석을 지켜라…‘숲 속의 푸른 보석’ 유리딱새의 집착

등록 2020-05-12 13:01수정 2023-11-28 16:59

[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공중서 곤충 낚아채는 ‘최적 장소’ 횃대…넘보다간 큰코 다쳐
유리딱새 수컷.
유리딱새 수컷.

유리딱새는 항상 재빨리 날아 날벌레를 사냥하기 때문에 평지보다 조금 높은 돌 위나 나뭇가지 등 물체에 앉는다.
유리딱새는 항상 재빨리 날아 날벌레를 사냥하기 때문에 평지보다 조금 높은 돌 위나 나뭇가지 등 물체에 앉는다.

유리딱새는 은근히 아름답다. 수컷은 푸른빛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암컷은 화려하지 않으나 청초한 듯 기품이 있어 보인다. 항상 응시하는 눈빛으로 생각하듯 영리한 모습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온다. 작지만 촐싹거리지 않는 귀여운 새다.

성숙한 유리딱새 암컷. 어린 유리딱새보다 옆구리 주황색이 흐리다.
성숙한 유리딱새 암컷. 어린 유리딱새보다 옆구리 주황색이 흐리다.

성숙한 유리딱새 암컷의 뒷모습. 파란색 꼬리가 어린 딱새보다 흐리다.
성숙한 유리딱새 암컷의 뒷모습. 파란색 꼬리가 어린 딱새보다 흐리다.

유리딱새는 단독생활을 하는데 암수가 함께 생활할 때에도 홀로 있는 경우가 많다. 고독을 즐기는 새다. 4월 14일 새들의 이동통로에 자리 잡은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에서 유리딱새를 만났다.

유리딱새를 관찰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행동이 꼬리를 위아래로 자주 움직이는 모습이다. 횃대에서 꼬리를 위아래로 자주 움직이는 이유는 언제든지 나는 곤충을 재빠르게 잡기 위한 사전 준비 운동 아닐까 생각한다.

사냥을 위해 앉아있던 횃대로 정기적으로 되돌아오는 습성도 있다. 횃대에서 날아 공중이나 지상에 있는 곤충을 잡기 위해서다.

어린 유리딱새는 암컷과 유사하나 옆구리 주황색과 꼬리의 파란색이 진하다.
어린 유리딱새는 암컷과 유사하나 옆구리 주황색과 꼬리의 파란색이 진하다.

어린 유리딱새. 등은 노란색을 띤 갈색이다.
어린 유리딱새. 등은 노란색을 띤 갈색이다.

유리딱새는 작은 곤충을 매우 좋아하지만, 식물의 종자, 나무 열매도 먹는다.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해 다른 새가 나타나면 바로 공격에 나서 내쫓는다. 온종일 바쁘게 움직이는 부지런한 새다.

수컷은 나무 꼭대기에서 영역을 알리는 노래를 부른다. 대부분에 새들은 번식지뿐 아니라 이동 시기에 잠시 머무는 중간 기착지에서도 먼저 도착해 영역을 확보한 새가 텃세를 부린다. 영역권 안 횃대를 놓고 벌이는 기세나 세력 다툼은 맹렬하다.

유리딱새는 아주 짧은 거리를 자주 오가며 비행하기 좋고 먹이가 풍부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중간 기착지에 머물며 기력을 회복해 번식지로 날아갈 채비를 단단히 한다.

파리를 사냥해 횃대로 돌아온 유리딱새.
파리를 사냥해 횃대로 돌아온 유리딱새.

사냥에 성공해 흡족한 유리딱새.
사냥에 성공해 흡족한 유리딱새.

유리딱새는 나그네새로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이동 시기가 이른 편이다. 3월 중순이면 이동 모습이 관찰된다. 가을철에는 10월 초순부터 도래해 11월 하순까지 통과한다. 우리나라에서 중남부 지역에서 일부가 월동한다.

몸길이 14㎝, 무게 18g인 작고 가냘픈 몸매이지만 수천㎞를 이동한다. 먼 거리를 이동하다가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기력을 다하여 다른 새들보다 가장 많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지정석’ 횃대에 다른 유리딱새가 날아들자 화들짝 놀라는 유리딱새.
‘지정석’ 횃대에 다른 유리딱새가 날아들자 화들짝 놀라는 유리딱새.

곧바로 횃대 방어에 나서는 유리딱새. 지정석은 사냥을 준비하기 제격이기 때문에 자리싸움이 종종 일어난다.
곧바로 횃대 방어에 나서는 유리딱새. 지정석은 사냥을 준비하기 제격이기 때문에 자리싸움이 종종 일어난다.

유리딱새는 북유럽의 핀란드 동부에서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캄차카와 일본까지, 북아시아와 북동유럽의 혼합 침엽수림에서 번식하고 주로 동남아시아, 인도, 히말라야, 대만, 인도차이나 북부에서 겨울을 난다.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모습은 생명의 연장과 후손을 남기려는 본능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비행에서 초자연적인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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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대에 날아드는 유리딱새 연속 동작

사냥을 준비하기 위해 횃대로 날아드는 유리딱새.
사냥을 준비하기 위해 횃대로 날아드는 유리딱새.

자기만의 횃대에 집착하는 이유는 주변에 사냥감이 많고 이를 이용하면 사냥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횃대에 집착하는 이유는 주변에 사냥감이 많고 이를 이용하면 사냥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유리딱새는 횃대에서 날아올라 공중이나 지상에 있는 곤충을 잡는다.
유리딱새는 횃대에서 날아올라 공중이나 지상에 있는 곤충을 잡는다.

유리딱새가 횃대를 지키려 하는 이유다.
유리딱새가 횃대를 지키려 하는 이유다.

횃대에 앉아 사냥 기회를 노린디.
횃대에 앉아 사냥 기회를 노린디.

이 새의 번식지는 핀란드를 통해 서서히 서쪽으로 확장해 영국 등 서유럽에서도 드물지만, 점점 자주 관찰되고 있다. 북아메리카의 서쪽 끝인 알래스카 서부와 남캘리포니아 해안의 샌 클레멘테 섬에서도 관찰된 기록이 있다.

몸단장하는 유리딱새 수컷.
몸단장하는 유리딱새 수컷.

어린 유리딱새가 비를 피해 나뭇가지 아래 앉아 있다.
어린 유리딱새가 비를 피해 나뭇가지 아래 앉아 있다.

암수 모두 파란 꼬리와 주황색 옆구리를 지녔다. 하얀 멱과 배는 회백색을 띠고, 작고 가느다란 검은 다리가 있다. 성숙한 수컷은 머리부터 등, 꼬리까지 짙은 파란색이 망토를 두른 듯하며 흰 눈썹 선이 있다.

암컷과 미성숙한 수컷은 파란색 꼬리를 제외한 몸 위가 담갈색이다. 암컷은 3∼5개의 알을 낳는다. 미성숙 개체는 암수 구별에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완전한 성조 깃털을 갖기까지 3년이 걸린다.

유리딱새는 이처럼 풀밭에 내려앉지 일은 흔치 않다.
유리딱새는 이처럼 풀밭에 내려앉지 일은 흔치 않다.

풀밭에서도 유리딱새 부부는 홀로 지내기를 좋아해 거리를 둔다.
풀밭에서도 유리딱새 부부는 홀로 지내기를 좋아해 거리를 둔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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