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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참매미의 마지막 합창, 여름이 간다

등록 2020-08-28 10:49수정 2020-08-31 13:51

[애니멀피플]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늦여름 말매미에 넘기고 ‘안녕’…긴 장마와 태풍 피해 짝짓기
땅속에서 나와 나무에 기어오른 참매미 애벌레에서 성체가 우화해 나오는 과정을 중복 노출로 촬영한 모습. 참매미가 몸부림치며 껍질을 벗고 나오려면 6시간이 걸린다.
땅속에서 나와 나무에 기어오른 참매미 애벌레에서 성체가 우화해 나오는 과정을 중복 노출로 촬영한 모습. 참매미가 몸부림치며 껍질을 벗고 나오려면 6시간이 걸린다.
아침저녁으로 귀가 따갑게 울던 참매미 소리가 부쩍 힘을 잃었다. 50일이 넘은 장마에 이어 태풍을 겪으며 한 달도 안 되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번식기는 엉망이 됐다.

적당한 비는 땅을 부드럽게 해 애벌레가 흙을 헤쳐 나오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의 비로 질식사하는 일이 많아졌다. 거센 바람과 비는 짝짓기를 방해했다. 도시의 여름을 상징하는 참매미의 우화부터 짝짓기까지의 여정을 돌아봤다.

우화를 마친 뒤 다시 6시간 동안 몸을 말린 다음에야 날아갈 수 있다.
우화를 마친 뒤 다시 6시간 동안 몸을 말린 다음에야 날아갈 수 있다.
예전엔 매미를 흔히 잡았다. 매미채가 귀하던 1960년대엔 긴 대나무에 철사를 둥글게 만 뒤 끈끈한 거미줄을 여러 번 묻힌 거미줄 채로 매미를 잡았다.

여름날 매미잡이는 놀이였다. 초등학교 여름방학 숙제엔 어김없이 곤충채집이 들어 있었다. 지금도 가족 혹은 친구들과 매미채를 들고 매미를 잡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는 아빠가 매미 잡는 방법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날아가기 위해 나무에서 몸을 날리면 몸무게 때문에 뚝 떨어진 뒤 날개의 추진력으로 날아간다. 따라서 매미가 앉은 아래쪽에 매미채를 대고 위로 훑는 게 매미잡이 고수의 요령이다.
아이는 아빠가 매미 잡는 방법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날아가기 위해 나무에서 몸을 날리면 몸무게 때문에 뚝 떨어진 뒤 날개의 추진력으로 날아간다. 따라서 매미가 앉은 아래쪽에 매미채를 대고 위로 훑는 게 매미잡이 고수의 요령이다.
참매미는 7월 20일께 나타나기 시작해 8월 10일께면 감소하지만 올해는 다른 해보다 많은 매미가 출현한 것 같다. 이제 늦여름의 바통을 말매미에게 넘기고 참매미는 사라져 간다.

수컷 참매미는 큰 소리로 울기 위해 암컷보다 배판이 크다.
수컷 참매미는 큰 소리로 울기 위해 암컷보다 배판이 크다.
참매미 암컷은 등판이 매우 작고 꼬리가 뾰족하다.
참매미 암컷은 등판이 매우 작고 꼬리가 뾰족하다.
녹색을 띠는 참매미. 참매미에는 검은색과 녹색 개체가 있다.
녹색을 띠는 참매미. 참매미에는 검은색과 녹색 개체가 있다.
수컷 참매미는 뱃속의 V자 배열 힘줄과 여기에 연결된 발성 기관이 고유의 소리를 낸다. 현악기가 소리를 내는 원리와 비슷하다.

다만 워낙 소리가 커 자신의 청각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매미는 자기 청각을 끄고 켤 수 있는 재주가 있다. 이 때문에 한창 노래하는 매미는 다른 소리를 못 듣는다.

다른 참매미 수컷이 영역을 침범하자 슬금슬금 곁으로 다가가서 밀어내는 수컷 참매미.
다른 참매미 수컷이 영역을 침범하자 슬금슬금 곁으로 다가가서 밀어내는 수컷 참매미.
영역을 침범한 수컷을 밀어냈다.
영역을 침범한 수컷을 밀어냈다.
수컷 참매미는 자리를 옮겨가며 운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사랑의 노래다. 수컷 참매미들은 영역 싸움도 한다. 곁에 있는 다른 수컷 참매미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가 옆으로 밀어내기를 한다.

밀려나는 매미가 진다. 날아가기도 하지만 뒤엉키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로 밀린 쪽이 날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곤 한다.

한 번 울 때마다 다른 나무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한 번 울 때마다 다른 나무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멀리 날기보다는 짧은 거리를 순간 이동을 한다.
멀리 날기보다는 짧은 거리를 순간 이동을 한다.
매미는 날아다니는 것보다 나무에 앉아 있기를 좋아해 발톱이 갈고리처럼 잘 발달해 있다. 나무를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자리를 뜰 때 몸을 뒤로 재빠르게 물러서며 난다. 몸이 무거워서인지 날아가는 모습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먼 거리를 꾸준히 날 수 없고 짧은 거리를 자주 이동하는 매미는 순간 이동이 탁월하다. 짧은 거리야 어찌 됐든 곤충 중에 나는 모습이 제일 어색하게 보이는 건 사실이다.

가느다란 대롱을 수피에 꽂고 수액을 빨아먹는 참매미.
가느다란 대롱을 수피에 꽂고 수액을 빨아먹는 참매미.
짝짓기하는 참매미.
짝짓기하는 참매미.
매미는 사람이나 새에게 잡히면 귀가 터질 정도로 ‘나 좀 놔줘라’ 비명을 지르며 울어댄다. 수컷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만 암컷은 조용히 발버둥만 친다.

암컷은 나무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기 때문에 배 부분이 발성 기관 대신 산란 기관으로 채워져 있어서 울지 못한다. 산란관이 있는 꼬리도 수컷보다 뾰족하다.

암컷 참매미를 유혹하기 위해 이리저리 나무를 옮겨 다니며 울어대는 참매미 수컷의 바쁜 모습.
암컷 참매미를 유혹하기 위해 이리저리 나무를 옮겨 다니며 울어대는 참매미 수컷의 바쁜 모습.
무더운 여름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쉬노라면 정겹게 들려오던 매미 소리였다. 그러나 낮에만 울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열대야가 지속하고 가로등 빛이 밤낮을 구별하기 어렵게 만들어 매미가 늦은 밤까지 울어댄다.

매미 주변에 소음공해가 가득하다 보니 더 크게 울어야 울음소리를 뽐내고 암컷에게 전할 수 있나 보다. 주변 환경을 바꿔 매미 소리가 귀찮을 정도로 증폭된 것은 바로 우리 탓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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