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태풍 카눈이 북상한 가운데 경기도 동두천시 상패동 한 교회 첨탑이 쓰러져 주변 주택 지붕을 덮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강풍과 많은 비를 동반한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밤 서울과 수도권을 통과하면서 비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태풍 접근 시각을 피해 귀가를 서두르려는 차량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저녁 시간 곳곳에서 도로 정체가 빚어졌다. ‘퇴근대란’을 우려해 조기 퇴근과 재택근무를 독려하는 기업들도 있었다.
이날 밤 9시쯤 수도권에 근접한 카눈은 시간당 30㎜ 안팎의 많은 비를 뿌렸다. 육지를 통과하며 세력이 약화되긴 했어도 바람의 세기도 무시할 수 없는 최대 초속 25m 수준이었다. 밤 9시 기준으로 서울·경기·인천에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가로수가 넘어지고, 토사가 흘러넘치는 등 비 피해 신고가 이어졌다.
오후 5시34분께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한 한옥 건물 지붕 일부가 무너졌다. 거주자가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인근 주택 2가구 주민 4명이 대피했다. 지난해 침수 피해가 컸던 서울 강남역 일대 상인들은 상가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고, 물막이판을 세우는 등 피해를 막으려 분주했다.
경기도에서도 낙석으로 인한 도로 통제 등 150여건의 안전 조처가 이뤄졌다. 오전 5시29분께 안성시 신소현동 대덕터널에서는 토사가 흘러내려 통행이 일부 중단됐고, 오전 9시33분께 과천시 갈현동 공원에서는 절개지가 무너졌다. 오후 1시11분에는 동두천시 상패동의 교회 첨탑이 쓰러져 이웃한 주택의 지붕을 덮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인천 부평구 부개동에서는 오후 2시36분께 빌라 지하가 침수돼 소방당국이 안전 조처를 했으며, 오후 2시3분께 인천 서구 가정동 공사장에서는 펜스가 넘어졌다. 오전 9시54분께에는 남동구 간석동의 도로에서 물이 역류하기도 했다.
카눈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때까지 지자체들도 비상근무 체계를 유지했다. 수도권 지역 주요 하천과 둘레길, 하천변 도로와 급경사지 등이 통제됐다. 서울시는 퇴근길 혼잡을 줄이려고 오후 6~8시였던 지하철·버스 집중배차 시간대를 8시30분까지 30분 연장했다.
이정하 박다해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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