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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한 척’ 한강으로…묵묵히 잡초 뽑기

등록 2007-04-16 20:38수정 2007-04-17 08:05

불성실·무능 공무원으로 평가돼 퇴출 후보로 선정된 서울시 ‘현장시정추진단’이 16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 쓰레기줍기와 잡초뽑기 등 환경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10월 초까지 꽁초·쓰레기 줍기, 노인복지시설 봉사활동 등을 한 뒤 직무수행 능력 향상도, 근무태도, 업무 실적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퇴출 여부가 결정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불성실·무능 공무원으로 평가돼 퇴출 후보로 선정된 서울시 ‘현장시정추진단’이 16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 쓰레기줍기와 잡초뽑기 등 환경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10월 초까지 꽁초·쓰레기 줍기, 노인복지시설 봉사활동 등을 한 뒤 직무수행 능력 향상도, 근무태도, 업무 실적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퇴출 여부가 결정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시 현장시정추진단 78명 작업 첫날
“빽 없는 사람들” 불만 호소
“직원태도 긍정 변화” 의견도

16일 오후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는 30여명의 사람들이 허리를 숙인 채 갈대밭을 뒤지고 다녔다. 봄이지만 강바람이 매서웠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대부분 두터운 겨울 웃옷과 바지 차림이었다. 하나같이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주름이 깊었다. 이들은 지난달 서울시가 ‘무능·불성실 공무원’으로 지목해 추려낸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치된 공무원들이었다.

지난 7일 동안 합숙과 교육을 받은 현장시정추진단 78명이 이날 처음으로 현장 작업에 투입됐다. 이들의 첫 임무는 한강변의 잡초 뽑기. 점심시간이 지나자 각자 한 장씩 들고 다니는 80㎏ 들이 부대에 잡초가 절반쯤 찼다. 10여명씩 모여 일했지만 잡담을 나누는 사람 하나 없이 조용했다. 휴식시간은 1시간 마다 10분씩 주어지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기자와의 대화를 피하는 가운데 한 40대 남성이 말문을 트자 불만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힘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죠. 봐요, 풀 뽑으란다고 다들 엎드려서 풀 뽑잖아…” 가족들은 뭐라고 하느냐는 질문에 또다른 50대 남성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집에 얘기 안했지. 밤에 몰래 일할 때 입을 운동복 골라서 챙겨놓았다가 들고 나왔어.” 그의 운동복 바짓단 아래로 사무실로 출근하는 척 입고나온 정장 바지가 눈에 띄었다. 그는 “대학생 자식이 2명이나 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성은 “정년을 얼마 안 남긴 직원들이 후배들을 위해서 희생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장시정추진단의 한 간부 직원은 “기본교육을 받으면서 직원들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고 수동적으로 일하면서 쉽게 불만을 표출했던 것에 대해 후회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현장시정추진단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현장에서 일을 한 뒤, 사무실로 돌아가 그날 업무에서 느낀 점과 개선할 점을 정리하고 퇴근한다. 매달 첫째·셋째 주에는 공공장소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잡초를 제거하고 둘째 주에는 복지시설 등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한다. 넷째 주에는 도로시설물 등을 점검해 문제점을 찾게 된다. 이들은 6달 동안 현장시정추진단에서 일한 뒤 근무태도와 업무실적 등을 평가받아 퇴출 여부가 결정된다.

유신재 기자 김지은 수습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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