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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이란에 경쟁적 러브콜…콧대만 높일라

등록 2016-06-19 20:55수정 2016-06-19 21:07

지역 현장 I 앞다퉈 이란 가는 단체장

부산시장, 조선·항만업체와 현장방문
반다르아바스시와 MOU 맺어
주지사에 “진출 돕겠다” 약속 받아

경기도, 테헤란 인근 카빈주와 협력
충북도, 전통의학연구소 합작키로

우후죽순 교섭 오히려 독 될 수도
유사업종끼리 팀 꾸려 협력해야
이란 최대 무역항인 반다르아바스항의 모습
이란 최대 무역항인 반다르아바스항의 모습

최근 시장과 도지사들이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 중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 방문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이란은 인구 8천만명,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등 성장 잠재력이 크다. 지역 중소업체들은 자치단체장의 대이란 세일즈 외교를 반기지만 자칫 지나친 경쟁이 이란의 협상력을 키워줄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시는 지역 중소기업의 이란 진출을 적극적으로 거들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25일~6월2일 이란·인도·아랍에미리트 등 3개국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성세환 부산은행장, 부산항만공사 관계자 등 20여명과 함께 다녀왔다.

이들은 부산 조선업체와 항만업계가 이란 조선·항만업체와의 계약을 따내는 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도록 수도 테헤란 등에서 정부 고위층과의 만남에만 머무르지 않고 산업 현장을 찾았다. 이란 최대 무역항이며 이란 최대 국영조선소가 자리한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 근처 반다르아바스에 사흘간 머물렀다. 지난달 30일 반다르아바스시와 행정·문화·인적 교류는 물론 해양·항만개발과 물류 등의 경제협력을 한다는 협정서를 체결했다.

이후 부산의 중소기업들이 진출을 두드리고 있는 이란 최대 국영조선소 이소이코와 이란 최대 무역항인 샤히드 라자이항을 방문해 작업 여건 등을 꼼꼼히 살피고 현지 책임자들에게는 부산 중소 조선업체와 부산항만공사의 우수한 기술을 소개했다. 서병수 시장은 반다르아바스 시장과 호르모즈간주 주지사 및 이소이코 경영진한테 양국의 기업 교류를 위해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부산을 방문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호르모즈간주의 주지사는 부산 기업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31일 이란 테헤란상공회의소에서 마수드 칸사리 테헤란상공회의소 회장(왼쪽부터),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서병수 부산시장, 성세환 부산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상공회의소와 테헤란상공회의소 사이의 우호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이 열렸다.
지난달 31일 이란 테헤란상공회의소에서 마수드 칸사리 테헤란상공회의소 회장(왼쪽부터),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서병수 부산시장, 성세환 부산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상공회의소와 테헤란상공회의소 사이의 우호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이 열렸다.

이어 부산시 시장개척단은 지난 1일 테헤란에서 이란 산업광물통상부 차관을 겸하면서 이란 국영기업의 투자를 총괄하는 만수르 모아자미 이드로(이란산업개발재건기구) 회장을 만나 이란 정부의 외국 기업에 대한 기본 전략을 확인했다. 부산시는 같은 날 이란 진출을 모색하려는 부산의 12개 조선기자재·플랜트업체들과 이란의 구매자들 및 제조업체들이 참여하는 수출상담회를 열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란은 지역 중소기업의 활로를 뚫어줄 블루오션이 될 수가 있다. 한방에 대박을 터트린다는 생각보다는 지역 특성에 맞게 차근차근 씨를 뿌린다는 마음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 언젠가 좋은 결실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이란 방문 소감을 말했다.

지난달 31일 서병수 부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산-테헤란 상공회의소 간의 우호협력 양해각서 체결식
지난달 31일 서병수 부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산-테헤란 상공회의소 간의 우호협력 양해각서 체결식

앞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월 2박4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했다. 테헤란시에서 북서쪽으로 150㎞ 떨어져 있으며 섬유·피혁 등 직물산업과 농업이 발달한 카즈빈주를 방문해 경제우호협력을 체결했다. 또 테헤란의 이란상공회의소에서 남 지사와 동행한 17개 기업체 관계자와 카즈빈주 기업인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카즈빈주 기업인 간담회’를 열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도 지난달 14~20일 이란을 방문해 이란 국영기업 투바(TOOBA)와 ‘60억원을 공동 투자해 청주시 오송읍에 전통의학연구소를 설립한다’는 등의 합의를 했다. 연구소는 이란의 자본과 전통의학,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충북의 생명공학 인프라 등을 활용해 기능성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등을 함께 개발해 나갈 참이다. 지난해 4월 양쪽이 체결한 양해각서를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를 계기로 더 구체화한 것이다.

충북은 이란 시장의 빗장이 열리기 전인 지난해 4월27일 이란 정부(복지부)가 지원하는 전통의학기업 투바 등과 2025년까지 20억달러(2조여원) 규모의 투자 유치 협약을 했다. 이후 이란의 경제제재가 풀리기를 기다리던 충북은 지난달 이시종 충북지사 등이 이란을 방문해 투자 약속을 재확인했다. 충북도와 충북테크노파크 등은 이란의 줄기세포 연구기관인 로얀연구소와 오송에 합작 연구기관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교류하기로 했다.

이란 최대 국영 조선소인 이소이코의 반다르아바스 조선소.
이란 최대 국영 조선소인 이소이코의 반다르아바스 조선소.

자치단체들이 지역 연고 기업들의 이란 진출을 거드는 것에 대해 지역 기업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부산시가 지난 1일 테헤란에서 연 수출상담회에 참여한 부산 세보테크의 정기용 대표는 “국영기업 위주인 이란은 정부 쪽 핵심 인맥을 타고 접촉하지 않으면 약속조차 잡기가 어려운 곳이다. 자치단체장이 직접 나서 주면 인지도가 약한 중소업체의 신뢰도가 올라가 수주 활동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비슷한 업종의 국내 업체간의 과잉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이란에서 무역업을 하는 한 동포는 “올해 1월 이란의 경제제재가 해제되자 외국 기업들의 방문이 잇따르자 이란 기업들이 투자조건을 까다롭게 내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자치단체끼리 과잉 경쟁을 피하기 위해 유사한 업종끼리 팀을 꾸려 합동 시장개척단을 파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각 자치단체에 맞는 전략업종을 선택해서 업체들과 산업현장을 둘러보고 시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민관 협력체제를 만들어 지속적인 방문과 관리를 하는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테헤란 반다르아바스/글·사진 김광수 기자, 오윤주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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