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쇼핑몰 근처 길바닥에 펼쳐진 천에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글을 적고 있다. 김영동 기자
‘박근혜 하야’, ‘황교안은 박근혜다’….
24일 오후 5시께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쇼핑몰 근처 길바닥엔 세월호 리본이 그려진 노란색 바탕의 천이 펼쳐져 있었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천 위에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펜으로 적었다. 그 옆에는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 서명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고무로 만든 세월호 리본을 나눠줬고, 시민들은 서명 탁자 옆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에 세월호 리본을 장식했다. 서면 중앙대로 근처에 설치된 ‘기쁘다 구속되었네’ 포토존에서는 시민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24일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쇼핑몰 근처에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황교안 국무총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철창 안에 갇혀 있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김영동 기자
쥬디스태화쇼핑몰 근처에는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황교안 국무총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면을 쓴 사람 4명이 철창 안에 갇혀 있었다. 철창 옆에는 ‘박 대통령과 함께 구속해야 할 사람‘이라는 안내글이 보였다. 시민들은 철창 안에 갇힌 박 대통령 등을 보고 사진을 촬영했다. 김아무개(42)씨는 “퍼포먼스이지만, 보기 싫은 사람들이 철창 안에 있으니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철창 앞에는 청년 4~5명이 시민들을 상대로 ‘국민이 발부하는 박근혜 대통령 긴급 체포영장’ 서명을 받았다.
24일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쇼핑몰 근처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에 시민들이 세월호 리본을 장식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오후 6시께 쥬디스태화쇼핑몰 앞 서면 중앙대로에서 ‘박근혜 퇴진 8차 부산시국대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서면 중앙대로 7개 차로 가운데 4개 차로에 앉아 박 대통령과 황 총리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첫 발언에 나선 영화인 김영일씨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침해한 박근혜 정권을 비판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권재영(21)씨는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설 수 있도록 시민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이 평화의 소녀상은 31일 제막할 예정인데, 담당 지자체인 동구는 법 위반 등을 이유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불허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린 이번 시국대회는 가수들의 공연으로 흥겨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 오른 김재하 부산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헌법재판소는 오직 국민만 바라봐야 한다. 광화문에서 출발한 촛불은 여의도 국회를 뒤덮고 이제 헌법재판소를 향한다. 9명의 헌법재판관에게 부산 시민의 이름으로 호소한다. 빨리 박 대통령의 탄핵 결정을 해달”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과 황 총리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시국대회에 계속 모여들었다. 주최 쪽은 오후 6시께 1만5000여명이라고 추산했다가 오후 7시30분께 7만여명으로 최종 집계했다. 경찰은 오후 7시 기준 최대인원 6000여명이라고 주장했다.
2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중앙대로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8차 부산시국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저녁 7시48분께 집회가 끝나자 시민들은 거리행진에 나섰다. 절반은 서면 중앙대로를 따라 남구 문현교차로까지 2.4㎞를 행진했고, 나머지 절반은 전포로를 따라 문현교차로까지 3㎞를 걸었다. 문현교차로에 다시 모인 시민들은 마무리집회에서 시민재판장 퍼포먼스를 열어 박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낸 뒤 해산했다.
울산에서도 ‘박근혜정권퇴진 울산시민행동’이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7차 울산시민대회’를 열었다. 주최 쪽은 10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집회를 마친 뒤 울산 시민들은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현대해상 사거리까지 왕복 2㎞를 행진했다.
2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중앙대로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8차 부산시국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거리행진에 나서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대구의 86개 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이날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반월당네거리~중앙네거리·550m)에서 ‘내려와라 박근혜 8차 대구시국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구속 처벌, 헌법재판소의 조기 탄핵 인용, 새누리당 해체 등을 촉구했다.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중앙로에서 곽상도 국회의원 사무실까지 3.8㎞를 돌며 거리행진을 했다. 경북 포항·구미·경주·안동·울진 등 5곳에서도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부산/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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