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지역에디터석 수도권팀 기자 ecowoori@hani.co.kr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해 뜨는 시각이 빨라지자 자연스럽게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동물 같은 기자 최우리라고 합니다. 현재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서울시청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오늘과 내일을 말하려 합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따릉러’(따릉이를 타는 사람) 차도남(가명·36)씨는 따릉이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지난해 8월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연간회원권을 3만원 주고 샀습니다. 이번달 24일까지 7개월 동안 80번 이용했습니다. 따릉이는 차씨에게 시간과 교통비, 건강을 선물합니다. 차씨는 출퇴근길 여의도역과 당산역 등 인근 지하철역으로 이동할 때나 점심을 하러 갈 때 5~10분 따릉이를 탑니다. 대여소에 따릉이가 남아 있는지 애플리케이션으로 검색하고 갈 수 있기 때문에 허탕 칠 일은 없다고 합니다. 따릉이를 이용하기 위해 헬멧 같은 ‘법적 의무’ 준비물은 따로 없습니다. (외국에서도 공공자전거를 탈 때 헬멧 착용이 의무는 아닙니다.) 차씨는 “여의도 안을 도는 버스는 빙빙 돈다. 기본요금을 내고 택시 타기에는 거리가 짧아 돈이 아깝다. 평지라 자전거 타기는 편하다. 운동도 할 겸 겨울 말고는 자주 탄다. 정치인 박원순 시장을 지지하지 않지만, 따릉이는 마음에 든다”고 고백했습니다. 차씨 스마트폰에 깔린 ‘서울 자전거’ 애플리케이션에는 따릉이 이용시간 654분, 이동 거리 122.35㎞, 소모 칼로리 3536.9㎉, 탄소절감 효과 28.39㎏이 기록돼 있습니다. 2015년 10월 출범한 뒤 회원 21만명, 이용 건수 172만건. 현재 5600대인 따릉이의 성공 비결은 따릉이가 레저형이 아니라 생활형 공공자전거라는 점입니다. 강변 다리 아래 자전거전용도로에서만 시민들을 기다리지 않고 유동 인구가 많은 곳으로 나왔습니다. 쇼핑몰이나 학교, 주민시설같이 유동 인구가 많고 따릉이 수요가 많을 지역, 대중교통과 연계가 편한 역 주변에 대여소를 설치했습니다. 또 한 명의 ‘따릉러’인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활동가는 “따릉이의 성공 이유이자 의미는 서울에서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부각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따릉이의 내일은 어떻게 될까요. 서울시는 여의도나 뚝섬, 홍익대 입구, 성균관대 입구, 상암동 등 따릉이 밀집 동네 말고도 모든 자치구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그 수를 늘립니다. 올해 2만대가 목표입니다. 4~5월 중랑, 성북, 강북, 도봉, 노원, 강서, 구로, 송파, 강동에 12~42개 대여소(대여소당 평균 따릉이 수 13대)를 설치합니다. 6월 이후 동작, 관악, 서초, 강남에 41~42개 대여소를 설치합니다. 하반기에 또 늘립니다. 일부 자치구가 따로 운용하던 공공자전거도 앞으로는 서울시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모두 따릉이로 통일합니다. 인기가 올라가자 시스템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출시가 늦어 따릉러의 원성을 사던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은 지난 연말 출시됐습니다. 회원가입 절차를 익히기 서툰 중장년층과 외국인을 위해 비회원이 따릉이를 빌릴 때 거쳐야 하던 본인인증 절차를 없앴습니다. 애플리케이션 말고 웹에만 접속해도 결제 뒤 대여할 수 있습니다. 단거리 이용을 권장하기 위해 1시간 안에 따릉이를 반납하도록 했지만, 중장거리를 가는 따릉러를 위한 2시간 요금제도 새로 나왔습니다. 결국 자전거 타기 편리한 도로망 연결이 가장 중요한 숙제입니다. 자전거전용도로 확충과 자전거우선도로 위를 점령한 자동차의 이동 또는 제거, 기존 도로망의 보수 등 따릉러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정책이 장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차씨도 “여의도는 자전거 타기 좋은 곳이지만 영등포 쪽으로 가려면 빙 돌아가거나 자전거를 들고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자전거도로 유지 보수에 연간 49억24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합니다. 이건 궁금해서 그냥 알아봤습니다. 서울시 자전거정책과에 물어보니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험사에 접수된 따릉이 관련 사고는 27건이었습니다. 낙엽에 미끄러지거나 턱에 걸려 넘어지는 운전미숙 사고가 대부분이었지만 따릉러가 주차된 차를 긁고 가거나 자동차 운전자의 잘못으로 발생한 차량 관련 사고도 3건입니다. 부서진 따릉이는 19대였습니다. 동대문 ㅎ고등학교 앞, 답십리, 마포구 상수동에서 1건의 음주운전과 2건의 운전자 과실로 차량이 따릉이 대여소를 덮친 참사였습니다. 실종된 따릉이 8대는 경찰이 나서서 찾고 있다고 합니다. 봄날, 따릉러 모두 안전운행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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