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벽 경찰이 도로 근처를 막은 가운데 사드 장비가 성주골프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제공
“다음달 대선 뒤 사드가 배치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완전 뒤통수 맞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통령도 없는 상황인데 우방이라는 미국이 이렇게 한국을 무시할 수 있느냐?”
26일 새벽 사드(고고고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경북 성주 초전면 소성리 주민들은 격분했다. 사드 배치는 이날 새벽 기습 작전처럼 전격적으로 이뤄져 주민들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이날 새벽 4시45분께 경북 성주 초전면 소성리 옛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에 사드 엑스밴드 레이더와 발사대 등이 들어왔다. 이에 앞서 경찰은 26일 0시부터 성주골프장 진입 도로를 미리 차단하는 등 주변 교통을 통제했다. 경찰은 성주골프장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쪽으로 향하는 주민과 취재기자 등이 탄 민간 차량 통행을 모두 막았다.
당시 새벽 시간이라 주민 등 30여명만 있었고 투입된 경찰 병력은 8천명이 넘었다. 주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성주투쟁위원회 주민이 비상 사이렌을 울리고 주민들에게 ‘집결하라’는 비상연락을 돌렸다. 근처에서 기도회를 열던 원불교 신도, 주민 등이 오면서 200명까지 늘었다. 주민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 차량 10여 대를 대고 저항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3시께 주민에게 ‘공무집행 방해’라고 경고방송하고 차량 유리창을 깨고 모두 견인했다. 항의하던 주민들은 밀려났고 주민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새벽 4시께 주민과 원불교 신도·성직자 등은 마을회관 앞에서 “미국 경찰 물러가라”, “사드배치 반대한다” 등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박수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상황실장은 이날 오전 9시 소성리 회관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드 장비 반입은 사드 배치 자체가 합의서도 없고, 주민 동의, 국회 논의조차 없이 강행된 불법으로 규정한다. 이를 인정하거나 묵과하지 않겠다. 즉각 철거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기습적이고, 폭력적으로 강행한 것은 대선전 사드 대못박기를 통해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고 장사한 것이다.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강행한 한미당국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소성리 회관 앞에서 사드 배치 규탄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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