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화재 참사 합동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희생자들에게 보낸 손편지.오윤주 기자
‘여보 고생했어, 따라갈게’, ‘넌 항상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었지’,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 ‘많이 보고 싶을 거야’….
하늘로 떠난 29명 희생자에게 보내는 편지들이다. 아직은 누구도 답이 없다.
충북 제천체육관에 있는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옛 두손스포리움)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 입구에 있는 손편지가 조문객을 울리고 있다. 손바닥보다 작은 포스트잇에 담은 마음이 하얀 칠판 빼곡히 나부낀다.
23일 합동분향소와 함께 설치한 손편지 칠판은 이제 그리움과 슬픔과 사랑을 담은 사연으로 하얀 틈을 매우고 있다. 29일 현재 7200여명이 조문했으며, 곧 새 편지 칠판이 들어설 참이다.
손편지 칠판은 제천시 사회복지과에서 설치했다. 박지윤 복지기획팀 주무관은 “유가족, 시민 등 조문객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설치했는데, 좋은 글이 희생자와 유족 모두에게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희생자는 하늘로 갔지만 편지엔 그들이 그대로 남았다. 한 남편의 글이 눈에 띈다. ‘여보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 편안한 곳에서 근심 걱정 없이 쉬고 있어 따라갈게. 여보 사랑해 미안해.’
고교생 희생자 다애를 그리는 글이 많다. ‘넌 항상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었지. 우리 이제 행복하자. 거기서는 성적 걱정, 대학 걱정 하지 말고 너 좋아하는 것만 해 사랑해 보고 싶다. 많이….’ ‘예쁘고 착한 다애야, 하늘나라에선 못 이룬 꿈 맘껏 펼치길’이라고 썼다. 다애는 최근 서울의 한 대학에 합격하고, 주변 편의점에서 ‘알바’ 면접을 한 뒤 이곳에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
엄마를 그리는 딸들은 ‘엄마 거기에선 행복해 하고 싶었던 것 다 해 사랑해’ ‘소녀 같은 우리 엄마 사랑해’라고 썼다. 한 며느리는 ‘어머니 너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해요. 편히 잠드세요’라고 시어머니를 그렸다.
정부나 사회를 향한 따끔한 외침도 있다. ‘정부는 말보다 행동으로 국민 생명을 지켜라’ ‘이민 가는 생각이 안 들길’ ‘더는 이런 일이 없게 해주세요’ ‘미안합니다.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등 뼈아픈 글이 많다. ‘좋은 나라’ 하늘나라’ ‘편한 곳’ ‘좋은 곳’ ‘고통 없는 곳’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라는 당부도 눈에 띈다. 누군가 ‘봄을 기다리며’라는 시도 붙였다.
한 유족은 “손편지를 보면 하늘로 떠난 희생자들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편지에 어린 따뜻한 마음으로 큰 위로를 받는다. 영원히 가슴에 담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천시는 이들 편지를 영구 보존할 참이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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