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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화재 조사단 “20명 숨진 2층 일부 유리창 접근 가능했다”

등록 2018-01-11 16:52수정 2018-01-11 21:17

제천 화재 소방 합동조사단 브리핑
충북소방본부장·제천소방서장 등 중징계 요구
“상황실 무전 아닌 전화로 지휘관에 연락…상황 전파 안 돼”
유족 “조사 결과 믿을 수 없다…국회 재조사·경찰 수사 촉구”
충북경찰청 수사본부 12일 오후 최초 출동 소방관 6명 참고인 조사
변수남 제천 복합건물 화재 소방합동조사단장이 11일 오후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제천 화재 참사 관련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제천/오윤주 기자
변수남 제천 복합건물 화재 소방합동조사단장이 11일 오후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제천 화재 참사 관련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제천/오윤주 기자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화재 참사는 소방서장 등 소방당국이 현장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다 상황 전파도 제대로 되지 않아 참사로 이어진 ‘인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천화재 소방합동조사단은 11일 제천화재 참사현장 상황관리 등의 책임을 물어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의 직위해제를 요구하고 화재 당시 현장 지휘를 한 이상민 제천소방서장, 김종희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 상황 전파 책임자인 김익수 충북 소방본부 상황실장 등 3명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소방청은 이날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을 직위해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조사단은 지난달 21일 오후 3시 48분께 충북 제천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옛 두손스포리움)에서 난 불은 1층 주차장 천장의 배관 동파 방지를 위해 설치한 보온등(4개) 과열과 전선 합선 등 전기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인세진 우송대 교수(소방방재학과)는 “동파 방지용 보온등, 전선 등의 과열·합선 주원인은 기준·규격에 미달한 제품을 쓰지 않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다. 철저한 안전 관리만이 화재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명 숨진 2층 빨리 진입할 수 있었다 합동조사단은 이날 오후 제천체육관 합동분향소에서 연 브리핑에서 “2층 유리창은 화염·농연 등에 휩싸인 상태였지만 화세가 누그러든 일부 유리창은 접근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소방서장 등 현장 책임자들의 적절한 상황 전파·판단·지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충북본부 119상황실은 2층 요구조자가 3차례 신고했고, 이 사실을 공용 휴대전화로 화재조사관에게 2차례, 지휘조사팀장에게 1차례 통보했다. 소방서장과 자휘팀장은 보고와 다수 주변 사람으로부터 2층에 다수의 요구조자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현장 대원들에게 정보를 전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소방서장은 상황 전술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않는 등 지휘관으로서 전체 상황 장악에 소홀했고, 비상구를 통한 진입, 유리창 파괴를 통한 내부 진입을 시도하지 않는 등 지휘 역량이 부족했다. 지휘팀장도 엘피지 폭발방지 등 눈앞에 노출된 위험과 구조에만 집중해 2층 내부 요구조자 존재 사실을 알고도 특별한 지휘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전은 먹통, 굴절차는 조작 미숙 소방당국의 부실하고 안이한 대처도 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충북상황실은 119신고를 통해 화재 초기 2층 상황 등을 인지했지만 무전 상황이 좋지 않아 상황 전파를 제때,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단은 “충북상황실은 무선이 아닌 유선을 사용해 특정인에게만 정보가 전달됐고, 유선 정보를 받은 현장 지휘관(소방서장, 지휘조사팀장)은 무전으로 현장 대원에게 정보를 전파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장 대원들이 2층에 다수의 요구조자가 있다는 것을 즉시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상황실에서 현장 정보 전달을 무전보다 휴대전화를 더 많이 사용한 것은 ‘음성(무선) 우선 지시 원칙’을 위반했다. 무선 통신망은 매일 점검해야 하지만 상황실-제천소방서간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현장 구조의 필수인 굴절차는 조작 경력 4개월 정도의 경험·훈련·능력이 미숙한 소방관이 운영하면서 조작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병순 건양대(재난안전소방학과·전 충북소방본부장) 교수는 “결과적으로 2층에서 많은 희생자가 난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유리창 파괴 등을 통해 구조하거나 탈출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어야 했다. 지리적 취약성이 있다 하더라도 무전 통신망 등을 제때 점검하지 않은 것도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실 소방 점검, 화재 취약 드라이비트·필로티도 제천소방서는 지난 2016년 10월 31일, 지난해 1월 18일 불이 난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옛 두손스포리움) 건물의 소방 특별 조사를 했지만 두 차례 모두 특별 지적 사항이 없었다. 조사단은 “소방 조사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조사하고 있다. 부실 점검이 드러나면 조사자·책임자를 의법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건물주 이 아무개(54·구속)씨와 소방안전관리자는 4, 5, 7층에 설치된 배연창 10개에 잠금장치를 해 개방이 되지 않았으며, 스프링클러 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층 비상구 통로에 선반을 설치해 피난이 쉽지 않았으며, 전선·통신선 연결 통로, 화물용 승강기 등도 방화벽 등이 설치되지 않는 등 소방 안전시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8·9층 테라스 부분 불법 증축, 용도변경 등은 인명피해를 키웠으며, 건물 외벽의 드라이비트 마감, 외벽 없이 기둥으로 건물을 받치는 필로티 형태의 건물 구조 또한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단은 “스티로폼을 이용한 드라이비트 외벽과 전선·통신선 등의 통로 등이 화재를 수직으로 확대했다. 필로티 건축물 주 출입구에 방화문이 없었고, 천장도 방화 구역이 설정되지 않아 실내로 화재 차단이 불가능한 구조였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다수 인명피해·연소 확대 우려 화재 소방력 총출동 △소형 특수 소방차 개발 △소방 출동 장애 차량 강제 처분 △소방 점검 강화 △소방 학교 교육훈련 능력 평가 자격인증 방식으로 개편 △소방인력 확충 등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놨다.

유족 조사 결과 반발, 경찰 최초 출동 소방관 6명 참고인 조사 제천 화재 참사 유족대책위원회는 소방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발했다. 특히 1~2층 사이 비상구 쪽의 현장 사진을 제시하며 화재 열기 등으로 구조 진입을 하지 못했다는 소방당국의 발표를 반박했다. 한 유족은 “플라스틱 비상구가 아직도 멀쩡한 데 화재 열기로 진입을 못 했다는 구조대의 말은 거짓이다. 제대로 다시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합동조사단이 “당시 화재 하중은 매트리스 100장을 한꺼번에 태울 정도인 100㎽였다. 복사열도 상당했다”고 하자, 다른 한 유족은 “서쪽은 접근조차 하지 않고, 1층 출입구 쪽(동쪽)만 언급하고 있다. 소방당국의 구조 미흡을 덮으려 한다”고 맞받았다.

유족 대책위는 이날 한 유족과 4층에서 숨진 희생자와 13분 15초 동안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 통화에는 “연기가 너무 많이 들어왔다. 유리 좀 깨줘”라는 마지막 절규, 신음 등이 담겨있다.

유족 대책위는 “조사단의 최종 발표는 여전히 의문점을 남긴다. 국회 차원의 특별조사를 요구한다. 소방의 늑장 대응, 초동대처 미흡 등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화재원인, 건물주·관리인 등에 집중했던 경찰 수사의 날이 소방당국으로 향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충북경찰청 수사본부는 12일 오후 제천 화재 발생 당시 최초 출동한 소방관 6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10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사건 관련 자료는 수집하고 있다. 소방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참고해 소방·제천시청 등의 인허가 과정 불법 여부를 수사하겠다. 소방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제천/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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