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33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친 긴박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 현장에서도 한명이라도 더 목숨을 구하려는 시민의식이 빛났다.
화재 발생 직후인 이날 아침 7시40분께 세종병원 앞을 지나가다 현장을 목격한 밀양시민 우영민(25)씨는 “1층에서 불이 치솟으며 2층으로 번지고 있었고, 건물 전체가 연기에 휩싸여 있었다. 2층에서는 1~2명이 창문을 깨고,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 더 윗층에서는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우씨는 또 “7시40분께 소방당국은 이미 출동해 창문을 깨고 2층으로 진입해, 3~5층에서 미끄럼틀처럼 생긴 흰색 천으로 된 구조대를 건물 밖으로 내린 뒤 환자들을 대피시켰다. 하지만 5층에서는 숨진 사람의 주검도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우씨를 포함한 시민 20여명이 가던 길을 멈추고 달려와, 소방당국의 인명구조 작업을 도았다.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얇은 환자복만 입은 채 대피했기 때문에, 일부 시민들은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환자에게 입혀주기도 했다.
사고 당시 세종병원 5층에서 당직근무 중이던 간호조무사 최아무개(40)씨는 “아침 7시30분께 아래쪽에서 타는 냄새가 올라오면서 비상벨이 울려 내려가보니, 1층 응급실 간호데스크에 불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원무과 직원 1명과 당직간호사 1명 등 2명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7시33분께 119에 전화로 신고하고, 병원에도 보고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화재 발생 당시 응급실에는 환자가 없었다. 왜 불이 났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밀양/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