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남 소방청 제천 건물 화재 합동조사단장(가운데)이 18일 충북 제천시청에서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방화복 착용에 2분 21초가 소요돼 현장 지휘가 일부 지연된 것으로 판단된다.”
제천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 건물 화재 소방청 2차 합동조사단이 18일 내놓은 조사 보고서 내용으로, 불이 난 지난해 12월21일 오후 4시께 현장에 도착한 지휘팀장의 최초 행적이다.
이 보고서는 화재 당시 제천소방서 지휘팀장, 소방서장 등의 대응이 초·분 단위로 정리돼 있다. 이날 오후 4시12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서장은 주차장 부근 엘피지 탱크 폭발 방지와 1층 주차장 화재 진압을 지시했다. 3분 뒤 2층에 구조 요청자가 있다는 것을 주민 등한테 들었고, 1분 뒤 2층 유리창 파괴 요구가 있었지만 유보했다. 대신 구조자 신원파악을 위해 소방 인력 병원 파견(4시20분), 소방본부장에 상황 보고(4시23분) 등을 했다. 1층 내부 진입로 확보 독려(4시26~28분), 2층 유리창 파괴 지시(4시33분) 등은 뒤에 이뤄졌다.
합동조사단은 2차 조사에서 현장 지휘관들이 상황실·현장에서 취득한 2층 구조 요청자 정보 검증과 현장 전파·공유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대응단계 발령이 늦어 화재 진압 등 적극적 소방 활동에 제한이 있었다. 소방서장이 ‘한 번 돌아봄의 원칙’(표준 작전절차 101)을 안 지키는 등 현장 지휘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전체 희생자 29명 가운데 19명이 숨진 2층 구조 지연 문제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애초 소방당국은 화세가 워낙 커 2층 진입이 어려웠다고 했지만, 유족은 상황 판단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합동조사단은 “구조 가능성이 가장 큰 작전은 비상계단을 통한 진입이다. 1층 비상구 방화문을 닫았으면 2층 진입은 가능할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일부라도 생존 상태로 구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된다. 또 화세가 누그러든 일부 유리창은 접근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에 주력한 원인으로 꼽은 엘피지 탱크 폭발 위험성은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보고서에 담았다. 아르아이에스케이(R.I.S.K CSP)는 ‘소방관의 조처는 적절했고, 이로 인해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한국가스안전공사는 ‘화재로 내부 압력을 상승시켜 폭발시킬 화염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2차 조사는 지난 1월11일 1차 합동조사 발표 뒤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 대책위원회 등이 각종 의혹을 제기해 4개월 동안 진행됐으며, 유가족 대표·외부 전문가 등도 참여했다. 2차 조사에 참관한 한 유가족은 “만족은 못 하지만 현장 지휘관의 잘못, 화재 건물의 구조적 문제와 소방안전 관리 부실, 재발 방지 대책 등이 담긴 것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이근규(가운데) 제천시장이 18일 제천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는 21일 제천 화재 희생자 합동 영결·추도식 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제천시 제공
유가족 대책위와 제천시는 화재 발생 4개월을 맞는 오는 21일 제천어울림체육센터에서 희생자 합동 영결·추도식을 열어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로 했다. 유가족 대책위는 합동 분향소도 이날 철거하기로 했다. 류건덕 유가족 대책위 대표는 “힘든 기간 동안 참고 지켜봐 준 시민께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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