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최근 서울 공사장 주변에서 붕괴 사고가 잇따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붕괴에 취약한 지반을 충분히 보강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는 건설업계의 관행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행정기관의 ‘사후약방문’ 식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6일 밤 11시22분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유치원 건물이 뒤틀리며 아래쪽으로 내려앉았다. 10여m 떨어진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 옹벽이 붕괴하면서 유치원을 받치던 토사가 아래로 쓸려내려간 것이다. 높이 50m인 이 옹벽은 너비 50m 가운데 40m가량이 무너져 지하 1층~지상 3층의 상도유치원 일부가 기울어지고 부서졌으며 곳곳에 균열이 발생했다.
늦은 밤이었고, 상도유치원 건물이 완전히 붕괴하지는 않아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공사장은 기존 노후 연립주택을 철거하고 다세대주택 6개 동 49가구를 재건축하는 곳으로 터파기 공사 중이었다.
앞서 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선 대규모 ‘땅꺼짐’ 사고가 일어났다. 이 아파트 옆 오피스텔 공사장에 설치한 흙막이 시설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쓸려내려가 인근 도로와 아파트 주차장까지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두 사고 모두 터파기 과정에서 주변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설치한 흙막이 시설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두 사고 모두 사전에 이상 징후를 보였다. 특히 상도유치원은 이미 지난 3월 붕괴 경고가 있었다. 상도유치원이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에게 안전 진단을 의뢰한 결과, 붕괴 위험이 감지됐다. 이 교수는 3월31일 현장 점검 뒤 ‘이 지역은 변성암의 일종인 편마암으로 구성된 지반으로, 철저한 지질조사 없이 설계·시공을 하면 붕괴 위험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치원 쪽에 제출했다.
유치원 쪽이 이 보고서를 동작구청 등에 제출해 구조안전진단 용역을 했지만, 지난 6월과 7월 두차례 조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22일 3차 조사에서 바닥 균열 등이 확인돼 시공사 등과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고가 터졌다. 가산동 땅꺼짐 사고 역시 주민들이 붕괴 열흘 전 흙막이 뒤쪽 주차장에서 균열을 발견해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처는 없었다.
이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서울 금천구 가산동 흙막이 붕괴 사고 지역 역시 편마암 지역이었다. 이런 취약 지반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토사가 쓸려나가 사고가 난 것이다. 공사 전 지질조사 과정에서 토압과 수압에 견딜 수 있도록 보강 설계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보강 비용과 공사 기간 연장을 우려해 공사를 강행하는 관행이 큰 문제이고, 위험에 대한 민원도 신속히 처리하지 않은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자를 밝히기 위해서는 건설사가 흙막이 옹벽을 제대로 설계·시공했는지 조사해야 한다. 김재성 동명기술공단 토질 및 기초 기술사는 “많은 비가 내리면서 옹벽을 지지하는 지반이 약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설계·시공의 문제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빅원순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붕괴된 현장을 둘러본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고 원인은 달랐지만, 지난 6월 발생한 용산구 국제빌딩 5구역 4층짜리 상가건물 붕괴 사고도 사고 발생 며칠 전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출입문 아귀가 맞지 않거나 벽면 배부름 현상이 나타나 입주 상인들이 구청에 신고했지만, 구청의 통보를 들은 시공사는 땜질 조처에 그쳤다. 경찰 수사 결과, 용산 사고는 인근 대형 공사장의 외부 충격 요인보다 수차례 증축하는 과정에서 노후된 기둥 등에 무리가 가면서 무너진 것으로 밝혀졌다.
동작구는 이날 전문가 5명과 구청 건축 담당자들이 포함된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조사위는 앞으로 붕괴의 원인과 사전 조짐 등 다방면으로 조사를 한다. 구는 이날 긴급 안전점검 뒤 상도유치원 건물 중 기울어진 부분은 철거하고, 기울어지지 않은 부분은 정밀 검사 뒤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사고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런 사고가 여러 차례 일어났는데 구청이 관리하는 공사 현장에서 매뉴얼이 제대로 적용되는지 전면적으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이날 정밀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산하기관과 광역지자체에 공사 현장 긴급점검을 지시했다.
이정하 임재우 최종훈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