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참사 소방지휘관 불기소…유족 반발

검찰 “진압 집중한 소방관에게 과실 인정 어렵다”
유족 “누가 화재 때 위험 무릅쓰고 시민 구하겠나”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불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제천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 건물.오윤주 기자

지난해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제천 화재 참사 당시 부실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은 소방지휘관들을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다. 이에 유족들이 세게 반발하고 있다.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지난해 12월 제천 화재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 중이던 소방관 2명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18일 밝혔다. 제천지청 수사팀은 “당시 긴박한 화재 상황과 화재 확산 위험 속에서 화재 진압에 집중한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 지연으로 인한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건 관계자들 참여 아래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했다”고 불기소 처분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류건덕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는 “애초부터 소방관을 처벌하라는 게 아니라 지휘관의 잘못되고 안이한 판단으로 엄청난 희생을 가져온 잘못된 행태를 처벌해달라는 것이었다. 화재 등 사고 발생 때 시늉만 하고 시민을 구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도 처벌하지 못하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유가족 대책위는 20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검찰의 불기소 처분 결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5월 이 사건을 수사해온 충북지방경찰청 제천 화재사건 수사본부도 참사 당시 현장 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게 한 혐의로 이아무개(54) 전 제천소방서장과 김아무개(54) 전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 등 2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 전 서장 등이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 화재 당시 2층에 다수의 시민이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현장 상황 파악과 전파, 구조 지시 등을 소홀히 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소방청 자체의 합동조사단도 2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이 전 서장 등 현장 지휘관들이 상황실과 현장 등에서 확보한 2층 구조 요청자에 대한 정보 검증과 현장 전파, 공유가 부재했다고 평가했다.

오윤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