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5월 말 폐업한 경남 진주의료원. 김명진 기자
2013년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강제 폐업한 진주의료원을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부경남 지역 65개 단체로 꾸려진 ‘서부경남 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는 28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 진주의료원 설립 방향을 제시했다. 이들은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은 홍 지사의 일방적 결정에 따른 불통의 결과였지만, 제2 진주의료원은 지자체·의회·시민단체·보건의료단체·전문가·도민이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제2 진주의료원 설립은 단순히 병원 하나 세우는 것이 아니라 강제 폐업으로 고통 받았던 수많은 사람을 위로하는 과정이어야 하며, 그 적폐를 청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민운동본부는 서부경남 지역 공공의료를 책임지던 경남도립병원인 진주의료원의 강제폐업 이후 ‘제2 진주의료원 설립 운동’을 줄곧 펼쳐왔다.
앞서 2013년 봄, 당시 홍 지사의 지시를 받은 경남도는 군사 작전처럼 신속하고 폭력적으로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업시켰다. 그 해 3월21일 의무 복무를 하던 공중 보건의 5명을 제외한 진주의료원 의사 11명 모두에게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함으로써 사실상 진료를 중단했고, 4월3일 진주의료원을 휴업시켰다. 당시에도 미처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못한 호스피스 환자, 장기 요양환자 등 43명이 여전히 입원해 있었다. 경남도는 이들에게 나가라고 독촉했고, 거부하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소송까지 제기했다.
같은 해 5월29일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업시키고, 직원들을 모두 내쫓았다. 경남도 의회는 6월11일 진주의료원 법인을 해산하는 ‘경상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을 승인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이틀째였던 지난 2013년 5월 30일 오전 경남 진주시 초량동 의료원 본관에서 점거농성중인 조합원들이 집기들을 정리하고 있다. 진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진주의료원을 지키려고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국회는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꾸려 같은 해 6월12일부터 7월13일까지 국정조사를 했고,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며 조속한 재개원 방안 등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경남도에 요구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국정조사를 거부하고 결과보고서도 무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0월22일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업하여 환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폐업 직전인 5월26일 진주의료원을 방문해 경남도에 폐업 철회를 요구했다.
대법원은 2016년 8월30일 진주의료원 환자·환자보호자·직원 등이 경남도와 홍 지사를 상대로 낸 폐업처분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폐업 결정이 위법하지만, 폐업 결정을 취소하더라도 원상회복은 불가해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 9개월 전인 2015년 12월17일 강제 폐업한 진주의료원 건물에 경남도가 경남도청 서부청사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강수동 도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제2 진주의료원의 최적지, 적정 규모, 진료 과목 등을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전에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에 관여했던 사람들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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