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의 김해신공항 조감도. 현 김해공항 활주로 왼쪽에 활주로 1개가 추가로 건설된다. 부산시 제공
오거돈 부산시장이 14일 대구·경북의 숙원인 ‘대구통합신공항’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이 원하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대구·경북의 지지를 얻기 위한 포석이다. 동남권(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두고 갈등해온 부산과 대구·경북이 대구통합신공항을 고리로 극적으로 손잡을지 주목된다.
오 시장은 14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남권 관문공항과 함께 지역 상생협력 및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전략 차원에서 대구·경북의 염원인 대구통합신공항 추진을 적극 지지한다.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대구통합신공항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은 13일 부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으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가능성이 열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지역 상공인들과의 오찬에서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가 있다면 (신공항 추진의) 수월한 결정이 가능할 것이며, 이견이 있다면 국무총리실로 이관하여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안을) 검증하되 조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의 적절성을 국무총리실에서 따져달라는 부산·울산·경남의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다.
대구·경북 쪽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앞서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달 16일 방문한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대구통합신공항 이전을 먼저 확정하고 빨리 추진해준다면 (부산의 바람대로)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해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지사는 “권영진 대구시장과도 협의를 했는데, 권 시장도 같은 생각이다.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영남지역 5개 시·도 지사가 만나 논의를 하자는 제안을 해놨다”고 말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14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대구통합신공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신공항과 관련해 영남권 광역단체가 손을 잡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문 대통령은 국토부 기본계획안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실제로 검증에 들어갈지는 총리실이 결정한다. 또 총리실이 검증을 하더라도 국토부의 기본계획안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기존의 김해신공항 확장안은 그대로 진행된다. 반대로 총리실이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부산에서 원하는 가덕도 신공항으로 직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른 지역이나 야권으로부터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결정”이란 비판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총리실이 국토부의 손을 들어주면 승복해야 하지만, 총리실에서 검증하는 일 자체는 우리로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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