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정치·사법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에 반발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치겠다고 선언했지만, 광장 사용 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화문광장은 조례에 따라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에 맞게 사용돼야 하는데, 자유한국당이 치겠다고 한 이른바 ‘천막당사’는 이에 맞지 않는 정치적 목적의 시설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이 아직 시에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을 하거나 전화로 문의를 한 적은 없지만, 광화문광장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겠다는 선언에 따라 실제로 신청을 하게 된다면 시 조례에 어긋나는 목적의 ‘정치적’ 사용이기 때문에 불허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는 “서울특별시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돼 있다. 시민의 문화활동 등에 반하는 정치적 목적의 사용은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통상 광장을 사용하겠다는 신청이 들어오면, 시에서 1차적으로 검토한 뒤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로 넘겨 최종 심사를 하게 되지만, 이번 경우는 정치적 목적으로 광장을 사용하겠다는 것이어서 위원회로 넘길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시는 허가되지 않은 광화문광장의 시설물에 대해서는 자진 철거를 유도하고, 변상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시는 앞서 세월호 추모 천막에 대해서도 1800여만원의 변상금을 받은 바 있다. 2014년부터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추모 천막 14개동 가운데 11개동은 당시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의 요청에 따라 서울시가 유족들에게 지원한 천막이었지만, 나머지 3개동은 허가를 받지 않은 시설물이었다.
3월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이 철거고 있다. 세월호 천막은 2014년 7월 처음 설치된 후 약 4년 8개월 만에 모두 철거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도 자유한국당의 광화문광장 사용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광장을 짓밟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서울시의 허가없이 광장을 점거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법 위에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저는 시민들과 함께 서울시장이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박 시장은 또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여야 4당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명분없고 불법적인 장외투쟁을 하고야 말겠다는 대한민국 제1야당의 행태는 참으로 유감”이라며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기도 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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