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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없고 흡입독성 위험 있는 ‘분무소독’…계속해도 괜찮을까?

등록 2020-09-23 14:06수정 2020-09-24 02:13

방대본 지침 “분무소독 효과 미미, 인체·환경 악영향”
대부분 지자체들 여전히 분무·표면소독 혼용하고 있어
전문가 “소독제 흡입하면 폐섬유증·상피조직손상 가능”
지난 16일 김동일 충남 보령시장이 한 전통시장을 찾아 직접 코로나19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보령시 제공
지난 16일 김동일 충남 보령시장이 한 전통시장을 찾아 직접 코로나19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보령시 제공
지난 16일 충남 보령 한 전통시장. 김동일 보령시장이 직접 코로나19 방역에 나섰다. 김 시장이 든 긴 막대에선 물과 희석된 소독제가 뿜어져 나왔다. 보령시는 지난 3월부터 매주 수요일을 방역소독의 날로 정해 전통시장과 공공시설, 사회복지시설, 읍·면·동과 경로당 등 390여곳을 방역하고 있다. 대개 물에 섞은 소독약을 공간에 뿌리고 다는 ‘분무 방식’이다. 굳이 보령시 사례가 아니라도 살균·소독제를 공중이나 물체 표면, 벽·바닥 등에 뿌리고 다니는 방역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런 식의 분무소독은 별 효과 없이 위험할 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낸 ‘코로나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지침을 보면, 분무 방식의 소독(분무소독)은 “감염원 에어로졸 발생, 흡입 위험을 증가시키고 소독제와 표면 접촉 범위가 불분명”하며 “실제 공간에서 소독제를 분무·분사하는 것은 오염 물질 제거에 효과적이지 않고, 눈·호흡기 또는 피부 자극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지침은 “소독제를 도로 및 길가, 자연환경에 대량으로 살포하면 인체·환경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실외를 소독하는 것은 바이러스 확산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 (이 경우) 소독 효과는 미미하다”고 적고 있다.

소독 효과도 떨어지지만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살균에 유효한 성분 중 염소계 물질은 피부와 눈을 자극하고, 흡입했을 때 유해한 독성 물질이다. 4급 암모늄 화합물 역시 흡입할 때 독성이 있다. 지난 3월 기준 코로나19 일반소독용 살균제로 환경부에 신고된 제품(97개) 중 55.6%는 염소 화합물, 11.3%는 4급 암모늄 화합물이다. 과산화물(8.2%)도 흡입 노출 때 급성독성이 있는 성분이다.

4급 암모늄 화합물 중 코로나19 소독제로 대표적인 벤잘코늄은 환경부 지정 유독 물질로, 가습기 살균제에도 쓰여 흡입 독성 논란이 컸던 물질이다. 지난해 4월 발간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벤잘코늄 관련 보고서를 보면, 유독 물질인 벤잘코늄은 “호흡기 계통의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지난 1일 대전시 대덕구 비래동 순복음대전우리교회 입구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분무소독기를 들고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대전시 대덕구 비래동 순복음대전우리교회 입구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분무소독기를 들고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분무소독을 하고 있다. <한겨레>가 충남 15개 시·군과 대전 5개 구, 세종시 등의 방역·소독 방식 현황을 조사해보니, 충남 금산을 뺀 모든 자치단체가 분무소독과 표면소독을 혼용하고 있었다. 실내·외 공간을 동력분무기나 초미립자분무기를 이용해 소독하는 식이다. 서울·인천·광주·충북·부산·경남·강원 등 다른 시·도 역시 분무소독과 표면소독을 혼용 중이라고 밝혔다. “방대본 지침 내용을 알고 있지만 상황이 발생하면 적은 인원으로 빨리 소독해야 하는 여건상 어쩔 수 없고, 시각적으로 시민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건물 전체의 소독이 필요할 때는 사람을 건물에서 다 비운 상태에서 분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관계자도 “다중시설 등은 불가피할 경우 분무소독한 뒤 자주 환기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무소독이 실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전남대 장희창·기승정 교수 연구팀은 치료 환경이 다른 의료기관 4곳 중 하루에 두번씩 분무소독한 병원 3곳은 병실 물품 17~48%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됐지만, 소독용 티슈를 이용해 닦은 병원 1곳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박은정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교수(독성학)는 “4급 암모늄 화합물이든 염소계 물질이든 호흡기를 통해 폐 안에 들어가면 폐섬유증과 상피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이 성분들은 환경에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토양이나 물에 축적되면 직간접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분무는 바른 소독법이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소독을 어렵게 하는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행정적인 지원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대본은 “국내·외 자료를 바탕으로 소독제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소관 부처인 환경부와 협의해 관련 지침을 만들고 표면소독을 권고하고 있다”며 “앞으로 자치단체용 지침을 개정할 때 표면소독 관련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자치단체의 자발적인 지침 이행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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