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루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500∼700명대 수준을 유지해 확산 우려가 큰 가운데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가 250여명이 모이는 총회를 소집했다.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는 “자율단체라 적극적인 관여가 어렵다”는 방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27일 이 단체 회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화종 월남전참전자회장은 지난 22일 회원들에게 ‘정기총회 소집 통지서’를 보내 이달 30일 오후2시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월남참전자회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총회가 열린다고 알렸다. 총회 참석대상은 대의원 238명과 행사요원 등 250여명이다.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총회 소집 통지서. 한 회원 제공
하지만 이는 정부 방역수칙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5명 이상 사적모임 금지’ 규정을 발표하면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총회와 같은 공적 행사 역시 모임인원을 99명까지(비수도권은 499명까지)로 제한했다.
이와 관련해 이 단체 전영호 사무총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방역수칙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어 경기 여주 총회 개최는 유동적”이라면서도 “방역수칙 위반 소지가 없는 경북 쪽으로 개최장소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총회를 하긴 해야 해서 국가보훈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단체 회원 평균연령은 약 76살(지난해 기준)로 대부분 고위험군이고 상당수가 참전 후유증에 따른 상이등급을 부여받은 기저질환자여서 총회 소집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1월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를 보면, 국내 코로나19 치사율은 1.8%인데 80살 이상 치사율은 20.24%로 고령일수록 감염 피해가 크다.
특히, 지난 26일 정부는 5월2일까지 1주일간 특별방역관리주간으로 정해, 공공부문의 회식·모임까지 금지한 상태다. 이 단체가 소집공고를 낸 지난달 22일에는 신규확진자가 797명 발생했다.
이 단체 한 회원은 “이번 총회 개최는 목숨이 걸린 문제”라며 “이미 버스를 빌리는 계획까지 나와 있다. 방역수칙 위반은 어떻게 피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시기에 같이 버스 타고 같이 밥 먹는다는 발상이 문제다. 중앙회 총회를 평소처럼 서울에서 안하고 여주에서 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쉬운 환경에 전우들을 몰아넣는 의도가 무엇이지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회에서 처리해야 할 안건이 결산·예산 승인과 대의원 수 80명 수준 감축 등 통상적인 내용이란 점도 비판을 사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월남전참전자회는) 자율적인 단체라서 방역수칙을 잘 지켜달라고 부탁할 순 있지만 총회를 할지 말지까지 관여할 순 없다”면서 “되도록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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