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 광진구 희망일자리 참여자들이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김아무개씨 제공
서울 광진구 광장동 주민센터에서 코로나19 방역소독 업무를 했던 희망일자리사업 참여자가 부실한 소독약품 관리로 눈과 얼굴에 화상을 입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위험한 화학약품을 다뤄야 했지만 안전교육은커녕 안전장비 지급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26일 서울 광진구청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해 8월24일 희망일자리 참여자인 김아무개(44)씨가 압축식 분무기에 방역소독 약품 ‘잡스그린퓨어액’과 물을 희석하다가 분무기 결함으로 소독약이 분사되면서 두 눈(각막·결막낭)과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지 2주 만에 일어난 사고였다.
해당 소독약품은 “피부에 심한 화상과 눈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보호장갑·보호의·보안경·안면보호구를 착용한 뒤 취급”(물질안전보건자료·MSDS)해야 하는 제품으로 보호안경만 썼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지만, 김씨에게 지급된 것은 장갑이 전부였다. 별다른 안전교육도 없었다.
행정안전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을 위한 희망일자리 사업을 시행하며 내려보낸 지침에서 참여자의 개인보호구 구매 비용을 예산에 반영하도록 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셈이다. 광진구청은 “희망일자리 사업이 진행되던 초기였기 때문에 사업별 안전장비를 미처 챙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8월 서울 광진구 희망일자리 참여자들이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김아무개씨 제공
주민센터는 김씨와 같은 희망일자리 참여자를 3명씩 오전조·오후조로 편성해 관내 공원과 거리, 공공시설이나 희망하는 점포에 약을 뿌려주는 분무 방식으로 소독했다고 한다. “동이 방역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주민들에게 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위한 목적”(주민센터 설명)의 ‘홍보 방역’이어서 보호의도 입지 않았다.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주민들이 오인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광진구 보건소가 일괄 보급해준 소독약품은 분무 방식으로는 사용하면 안 되는 약품이다. 지난해 2월 환경부가 배포한 ‘코로나19 살균·소독제품 오·남용 방지를 위한 안내 및 주의사항’에도 이 약품은 “10분 이상 접촉”시키는 방법으로 소독하도록 안내돼 있다. “피부 및 눈 자극(비가역적 손상)이 발생 가능하며, 흡입에 의한 독성이 있”기 때문에, 닦아내는 방식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광진구청은 “6월과 8월에 관련 내용을 담은 공문을 동 주민센터에 보냈다”고 해명했다. 동장은 “지침들이 몇십쪽씩 내려오면 어느 항목이 바뀌었는지 일일이 체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고 발생 한달 뒤 산재보험 요양급여를 신청해 산재 인정을 받았지만 출근을 이어갔고, 내근으로 전환된 김씨는 주민센터 2층에서 대기하며 병원에 다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9일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이 사용한 스프레이 접착제가 김씨 눈을 자극해 각막 손상이 심해지는 2차 피해까지 입었다.
이후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추가상병 신청서를 냈다가 스스로 철회했다. “동장이 전화해 ‘이미 산재가 들어가 있는데 또 신청하면 동이 부담스러워진다’며 취하할 것을 요청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동장은 “이미 산재가 승인돼 추가로 발생한 증상에 대해서 추가상병 신청이 가능한지 의문을 표했을 뿐 취하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사고 발생 1년이 다 돼가지만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두달 전부터는 정신과 진료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은 김씨 요양기간을 10월23일까지로 연장했다.
“눈 안에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느낌으로, 밤에는 자동차 불빛이나 가로등 빛만 봐도 아프다”는 그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희망일자리의 안전관리 소홀 때문에 이런 피해를 보게 된 것이 너무 억울하다.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는지 규명해서 나처럼 피눈물 흘리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