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맨해튼의 바우어리 326가 한쪽 모퉁이에는 둘레 10㎝의 작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뉴욕시 누리집 갈무리
미국 맨해튼의 바우어리 326가 한쪽 모퉁이에는 둘레 10㎝의 작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시민들은 2016년10월과 2018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이 나무 주변 흙을 정리하며 나무를 관리했다. 이 느티나무 한 그루가 한해 머금는 빗물은 3.8리터고, 38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여준다고 한다.
뉴욕시가 10년 마다 시민들과 함께 만든 ‘가로수 맵(NYC Street tree Map)’에서 찾아본 내용이다.
관리이력은 물론 식재시기, 수령까지 아무도 모르는 가로수 관리 실태
우리나라는 어떨까. 산림청에 물어보니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가로수는 총 938만8천 그루다. 이렇게 장부에 몇 그루인지를 적는 게 ‘관리’의 전부다. 관리 이력은 물론, 식재 시기·수령 등은 아무도 모른다. 매년 반복되는 ‘무자비한 가지치기’와 ‘묻지마 벌목’이 나무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서울 마포구가 전국 최초로 시민들과 함께하는 ‘가로수 지도 만들기’를 시도한다.
뉴욕시의 스트리트 트리 맵. 뉴욕시 누리집 갈무리
마포구와 마포구환경교육센터는 29일 오는 8∼12월 ‘가로수 학교 1기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주민 25명과 수목 전문가가 참여하는 모니터링단은 홍대 입구 등 마포구 관내 일부 지역의 ‘가로수 지도’를 작성하게 된다. 박선하 마포구환경교육센터 사무국장은 “매년 프로그램을 진행해 가로수 지도 작성 구역을 확대해 갈 것”이라며 “가로수 관리에 문제가 되는 점을 유형으로 정리해 ‘마포구 가로수 조례’ 등에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 끈 ‘뉴욕 스트리트 트리 센서스’ 본뜬 마포구 ‘가로수 지도 만들기’
이번 프로그램은 미국 뉴욕시의 ‘스트리트 트리 센서스(street tree census)’를 본뜬 것이라고 한다. 뉴욕시는 1995년부터 10년에 한 번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을 받아 ‘뉴욕시 가로수 지도’를 작성하고 있다.
뉴욕시 어린이들이 주변 가로수 가꾸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뉴욕시 누리집 갈무리
2015년에는 뉴욕시 전체 가로수 66만6134그루 가운데 22만5595그루를 조사했다. 프로그램은 빗물을 머금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대기오염을 막아주는 가로수의 이점을 수치화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 커지고 있다. 참여한 자원봉사자 수는 1995년 700명에서 2005년 1173명, 2015년 2241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30%가량은 이 활동에 참여하려고 뉴욕시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찾아왔다고 한다. 가로수 지도를 바탕으로 시민들이나 학생들이 내 나무(my tree)를 정해 나무 생육을 관찰하고, 물 주기와 쓰레기 줍기를 하는 활동도 생겨났다. 관련 시민 모임도 20여개가 된다고 한다.
마포구 ‘가로수 학교’ 프로그램 강사로 나서는 최진우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는 “기후위기 시대에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 민주주의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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