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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다단계, 중개소?…원색적 비난 나선 오세훈

등록 2021-09-13 20:50수정 2021-09-14 02:35

“10년간 1조원” “시민단체 쌈짓돈”등 비난
고강도 감사 밝혔지만 구체적 근거 안내놔
시민단체 “60년대 관료제 패러다임” 반박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지난 10여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지난 10여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서울시 곳간은 시민단체 전용 에이티엠기(ATM·현금자동인출기)로 전락했다”는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전임 박원순 서울시장 때 이뤄진 민관협치, 민간위탁 사업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감사 진행을 이유로 구체적인 사례는 제시하지 않았는데, 당사자들은 시민단체와의 협력 필요성마저 부정한 시대착오적 인식이라며 반발했다. 이 문제를 놓고 당사자와의 시각·인식 차가 워낙 커, 향후 감사 결과나 서울시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충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오 시장은 ‘서울시 바로 세우기―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입장문을 낸 뒤 브리핑을 열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시민단체에 지원된 총금액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된다”며 “집행 내역을 일부 점검해보니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감사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자금 창구’, ‘쌈짓돈’, ‘다단계 피라미드’ 등 범죄를 연상시키는 단정적인 표현으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시민사회 민간위탁 사업은 일부 시민단체를 위한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중개소’를 만들었다. 이것이야말로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수백억 예산이 투입됐던 마을공동체 사업 등에서 민간인 출신들로 구성된 중간지원조직의 운영비와 인건비로 예산 절반가량이 쓰인 사실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시민사회 분야 민간위탁 사업은 일부 시민단체들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중개소를 만들어냈고, 특정 시민단체가 중간지원조직이 돼 다른 시민단체들에 보조금을 지급해왔다”며 “시민 혈세를 내 주머니 쌈짓돈처럼 생각하고, ‘시민’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사익을 쫓는 행태를 청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0년간 1조원’이라는 금액이 어디에 쓰였는지, 이 가운데 문제 있는 사업이 무엇이고 그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를 뭉뚱그려 매도한 게 전부 아니냐는 것이다.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제목은 굉장히 자극적이었는데, 내용이 없어서 이런 문제 제기를 왜 할까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상황 인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류홍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시민사회활성화위원장은 “정부나 시장 중심 정책이 문제점이 많아, 시민단체를 통해 시민의 참여를 확대해 시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자는 것은 시대적인 요구”라며 “오 시장은 여전히 관이 정책을 떠맡아야 한다는 1960∼70년대 관료제 패러다임 인식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변형석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은 “마을 곳곳의 문제를 찾아내고 모색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오 시장에겐 ‘노는 것’이자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 같다. 예산 집행의 철학 차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이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향후 감사가 ‘답정너’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채 사무처장은 “예산을 아껴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건 당연한 얘기다. 어떤 문제가 있으니 이걸 보완하자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오 시장은 ‘시민단체에서 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사업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는 “분명히 개선할 점은 있다. 하지만 해당 사업들이 관의 경직성·한계 때문에 시작됐다는 점은 보지 않는다. 왜 시민단체와 같이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소통해야 한다. 오 시장은 공은 두고 과만 찾아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박태우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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