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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화천대유 근무’ 전 성남시의장, 11년 전 금품로비 받았다

등록 2021-10-07 19:13수정 2021-10-08 02:36

대장동 공영개발 추진하던 2010년
남욱·정영학이 자문진으로 있던
부동산개발업체 대표 이씨 만나
“민간개발 승인 힘써달라” 청탁받아
검찰, 1억 반환 이유 무혐의 처분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중심에 선 경기도 성남 판교새도시에 있는 화천대유 사무실. 김기성 기자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중심에 선 경기도 성남 판교새도시에 있는 화천대유 사무실. 김기성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해 현재 화천대유에 재직 중인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10여년 전 ‘대장동을 민간사업자가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 로비를 받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관련 내용은 <한겨레>가 입수한 2016년 1월 부동산개발업체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대장PFV) 대표 이아무개씨의 1심 판결문(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나상용)에 상세하게 나와 있다. 이씨는 10여년 전인 2000년대 후반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했던 인물로 현재 대장동 개발 주역으로 지목된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을 자문진으로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민간개발이 좌초되면서 2010~11년께 사업권을 남 변호사 등에게 넘기며 대장동에서 손을 뗐고, 2016년 로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을 보면, 최윤길 시의원은 화천대유 민간투자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정영학 회계사의 소개로 2010년 1월께 대장피에프브이 대표 이씨와 자회사인 자산관리회사 대장에이엠시(AMC) 대표 김아무개씨 등을 만난다. 대장피에프브이 회계담당이었던 정 회계사는 5581만원을 투자해 644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로, 최근 검찰에 화천대유 수익배분 관련 녹취록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 회계사는 ‘최 시의원이 2006년부터 대장동 일대를 지역구로 성남시의회 의원을 지낸 인물이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만남 자리를 주선했다. 이씨 쪽도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철수하게 하고, 성남시로부터 민간개발 방식의 도시개발지정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시의회에서 힘을 써달라”고 최 시의원에게 부탁했다.

이어 이들은 최 시의원에게 뇌물을 전달할 방법을 고민했고, ‘최씨 차가 낡았으니 에쿠스보다 등급이 높은 차를 사주자’ 했다가 ‘위험할 수 있으니 차의 가격에 세금과 보험료를 포함해 1억원을 전달하자’고 공모했다. 이에 2010년 6월께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안 빙상연맹 사무실에서 현금 1억원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최 시의원에게 전달했다.

2014~15년 ‘대장동 로비’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대표와 남 변호사 등이 구속됐고, 최 시의원도 뇌물 혐의로 입건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받은 돈이 현금인 것을 알고 화를 내며 반환했다’고 주장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로비가 진행되던 당시는 대장동에서 엘에이치 중심의 공영개발이 추진될 때였다. 이 때문에 민간개발을 추진하던 정 회계사 등은 최 시의원에게 시의회에서 민영 개발을 촉구하는 의정 활동을 요청했다. 당시 민간개발을 추진했던 관계자는 <한겨레>에 “우리가 시정질의문을 대신 써주고 최 시의원이 발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당시 대장피에프브이와 대장에이엠시의 문서 중에는 ‘시정질의문(최윤길)100318.hwp’이라는 제목의 한글 파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업체 쪽에서 대신 작성을 해줬다는 이 질의문에는 “분당구 대장동에 대해 아십니까? 혹시 가보신 적 있으십니까? 제가 마을 분들의 초청으로 처음 대장동에 다녀오던 날 저는 커다란 충격에 빠졌습니다”, “엘에이치공사는 지금 심각한 재정 적자로 인해 수많은 사업장을 정리하거나 포기하고 있고, 보상을 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어 장기간 방치하면서 주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받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대장동도 마찬가지가 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등 대장동 민간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 시의원은 2010년 8월24일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에서 업체 쪽에서 작성한 시정질의문에 담긴 내용 중 하나인 공영개발 찬성 주민 연명부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성남시의원을 지낸 한 인사는 “애초부터 최씨 등 2~3명의 새누리당 쪽 의원들이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실제 일부 의원은 (민간업자에게) 사무실을 무상제공 받거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0~12년 6대 성남시의회 전반기 한나라당(새누리당) 대표였던 최 시의원은 2012년 7월 하반기 성남시의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선출 과정에서 내분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지내다가 민주당으로 소속을 옮겼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마했다.

<한겨레>는 최씨에게 대장동 개발 관련 입장과 화천대유 입사 동기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통화하지 못했다.

김기성 이정하 정환봉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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