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철씨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청계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 분향소를 찾아 아들의 영정사진을 쓰다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코로나19 위기가 2년을 넘겼지만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이들은 매일 발표되는 사망자 숫자로만 남았습니다. 끝없는 위기 속에서 산 사람은 살아야 했기에 ‘애도의 자리’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기억하고 이별을 아파하고 울음을 토해내는 ‘애도의 시간’은 제대로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차마 떠나보내지 못한 슬픔은 집단적인 상처가 되었습니다.
<한겨레>는 창간 34돌을 맞아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2만4441명(19일 0시 기준)을 기억하고, 촛불을 드는 애도의 자리와 시간을 마련합니다. 이 애도 기획을 통해 늦었지만 코로나 희생을 드러내고 온라인 추모소 ‘애도’(www.hani.co.kr/interactive/mourning)를 열어 ‘사회적 장례’를 시작하려 합니다. 작별인사도 못하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낸 수많은 가족, 친구의 슬픔을 나누고 그들을 애달프게 지켜본 의료진, 돌봄노동자 등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이 슬픔을 함께 대면하고 기록해, 코로나로 빼앗긴 삶을 숫자로만 남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한 뒤에도 고3 아들의 멈춘 숨은 돌아오지 않았다. 여러차례 심장충격기를 작동해도 듣지 않자 구급대원은 “아드님은 사망했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아들은 전날 밤 친구를 만난 뒤 평소답지 않게 “피곤하다”며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음날인 지난해 10월31일 오전 10시15분 자신의 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날 유명을 달리한 아들 장지영을 발견한 건 아빠 장성철(50)씨다. “지영아 하고 불렀는데 대답이 없었어요. 그런데 얼굴이 좀 창백하고 팔다리가 뻣뻣하더라고요.”
남겨진 이들에게 남은 질문은 “멀쩡하던 아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됐나?”이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앞 백신 사망자 분향소에서 만난 아빠 장씨는 지영이가 숨지기 70일 전 맞은 코로나19 백신을 떠올렸다. 지영이는 7월31일 1차 접종에 이어 8월20일 2차 때도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화이자는 모더나와 함께 전령리보핵산(mRNA) 방식 백신으로, 미국·유럽 등에선 매우 드물게 청소년 접종 때 심근염이나 심낭염 발생이 보고됐다.
백신 부작용을 의심한 아빠 장씨는 아들의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이 부검에 참관할 수 있다고 해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 감염 우려를 이유로 건물 바깥에서 1시간 넘게 서성이다 돌아섰다. 부검이 끝난 뒤엔 부검의 얼굴 한번 보지 못했다. 바로 다음날 삼형제 가운데 둘째 아들이던 지영이를 화장하고 경기 양평군에 있는 수목장에 유골을 안치했다.
정밀 부검까지 거친 끝에 지난 1월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정확한 사인은 불명이나 급성심장사를 우선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결국 지영이가 왜 이렇게 서둘러 부모 곁을 떠났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얘기였다. 장씨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하고 벽에 부닥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장씨가 아들의 돌연한 죽음을 겪으며 감내하고 있는 고통은 그가 부회장을 맡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코백회)에서 활동하는 다른 회원 300여명의 경로와 비슷하다. 우선 부검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 절차가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방역당국에 백신 이상반응 신고를 하기도 어려웠다. 보건소에 전화해도 무성의한 대응에 화만 났다. 언론에 지영이 사연이 나온 뒤에야 보건소 직원한테 연락이 와 신고할 수 있었다.
“이상반응 신고조차 힘들어하는 코백회 회원들이 적잖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게 장씨의 말이다. 이상반응 신고 여섯달이 지나도록 그는 아무런 답변을 받지도 못했다. 지영이에 대한 애도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사정이 이러니 백신을 맞은 뒤 갑작스러운 이상반응, 나아가 죽음에 이르러도 인과성 여부를 따지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지영이처럼 접종 일자와 죽음 사이 시간 간격이 멀면 더욱 힘들다. 특히 이런 일은 청소년 사망자한테 빈번하다. 장씨에 따르면, 접종 73일 만에 돌연사한 고교생과 접종 60일 뒤 숨진 중학생 유족도 죽음의 원인을 찾아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장씨가 느낀 것처럼 납득할 수 없는 행정절차는 백신 접종 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을 더욱 힘들게 한다. 제주 동부경찰서 수사과에 근무하는 이은석 경사는 지난해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현직 경찰 신분임에도 국가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어머니는 지난해 6월7일 아스트라제네카로 1차 백신을 맞았다. 이 경사가 “괜찮으니 맞으시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접종 뒤 몇시간 만에 심한 구토를 하며 몸살기를 호소했다. 1주일 뒤 119 구급차를 타고 동네병원에 갔다. 그곳에서 뇌출혈 증세를 보여 제주대학병원으로 급하게 옮긴 지 2주 만에 어머니는 숨을 거뒀다.
그런데 질병관리청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어머니의 부검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7월14일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뇌출혈과의 인과성은 인정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서둘러 내렸다. 전체 판정 단계 중 가장 아래인 5단계다. 이 경사의 항의에 추진단 쪽은 “부검 전에도 인과성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8일 뒤 국과수는 “백신 접종과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는 단계”라면서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혈전 생성의 병리기전을 벗어나는 범주에 속한다는 점과 백신 접종 후 증상이 발발했다는 사실 등을 고려할 때,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했다.
그제야 질병관리청은 5단계에서 바로 위 단계인 4-2단계, “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로 판정을 번복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과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 경사는 “판정 단계마다 회의록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비공개 결정이 났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안심하고 맞으라’고 해서 백신을 맞은 국민이 이 지경이 됐는데, 국가는 인과성도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30일부터 접종을 받은 사람이나 보호자가 진료확인서·사망진단서 등 필수 서류를 갖춰 보건소에 피해보상을 신청하면 이상반응 신고와 피해보상 접수를 함께 진행하도록 절차를 바꿨다.
갈 길은 멀다. 지난달 6일 코백회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관리 책임을 묻는 소송을 냈다. 백신 사망자의 권리 보장에 미흡한 감염병예방법에 대해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냈다. 소송의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소송 결과가 나오면 이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온전히 이별하는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유족들은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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