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광주 북구 동행요양병원에서 한 입소자 가족이 비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아무개(65)씨는 시골에서 홀로 계시던 어머니를 2019년 경기도 시흥의 한 요양시설에 모셨다. 어머니가 척추 손상으로 넘어질 위험도 있었고 몇 해 전부터 치매 증상도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서였다. 김씨는 어머니를 뵙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면회를 가고, 어머니를 모시고 종종 외박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면회가 제한되면서 매주 어머니를 찾던 발걸음도 멈춰야 했다. 김씨는 지난 5월, 정부가 한시적으로 접촉 면회를 허용했던 이후로 아흔둘인 어머니 얼굴을 뵙지 못했다. 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니 건강이 계속 나빠지고 계셔서 그 전에 한 번이라도 집에 모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했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올해 추석에는 가족들이 모였지만, 면회가 제한된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이들은 쓸쓸한 명절을 보내야 했다. 지난 5월 접촉 면회를 할 수 있었지만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방역당국이 7월부터 다시 면회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요양시설에 있는 박아무개(90)씨는 이번 추석에도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기만 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주 2회씩 손주 손을 잡고 아들이 오곤 했었다. 우울증이 심해진 어머니 박씨를 2018년에 처음 요양시설로 모셨다는 이아무개(53)씨는 “어머니가 ‘자기가 이제 늙어서 자식들이 안 온다’라고 생각하신다”며 “뵙지 못하는 것도 당연히 안타깝지만, 오해하고 계신 어머니의 낯빛이 달라질 때 마음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노인요양시설과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이들은 각각 약 16만, 41만명으로 57만명이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지 못했다.
방역당국은 이번 추석에는 요양시설에 유리창 너머로 얼굴을 볼 수 있게 하는 ‘비접촉 면회’를 허용했다. 하지만 요양시설 쪽은 면회 시간도 10~20분가량으로 짧은 데다 보호자들이 “손 한 번 잡지도 못하고 오히려 마음이 더 아프다”며 이조차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공간이 협소한 시설의 경우는 비접촉 면회도 진행하기 어렵다. 전시훈 쉴만한물가요양원 시설장은 “이번 추석에 보호자들도 면회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 면회가 가능하냐’고 묻곤 했다. 비접촉만 가능하다고 말씀드리면 ‘무슨 의미가 있냐’, ‘마음만 더 아프다’라면서 다음에 찾아오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대부분 요양시설 이용객들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요양시설과 병원에 대한 면회 제한은 코로나 시기에 불가피하다는 게 방역당국 설명이다. 요양시설 이용객 대부분이 면역력이 낮은 고령이기도 하고, 코로나 감염 시 사망 위험도 크다. 지난 5월 기준 질병관리청의 국내 코로나19 연령별 사망 자료를 보면, 80살 이상의 코로나 사망률은 59%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가족들을 보지 못하면서 치매 등 병세가 심해지는 부작용도 생긴다. 경기도 파주시 한 요양병원과 재활병원 등에서 근무했던 간호조무사 임송매(55)씨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면 집으로 데려가면 되지만, 노인들은 모시고 갈 수도 없다. 그동안 며칠에 한 번씩 자식 보는 낙으로 살았던 이들은 코로나 이후로 가족을 잘 못 보면서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코로나에 취약한 환자 특성상 접촉 면회를 진행하기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영상통화를 하거나 사진을 찍어드리는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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