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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간병할 기회도 없이 우리 엄마 떠나가셨네…”

등록 2022-06-06 21:00수정 2022-06-07 02:30

코로나 온라인 추모소에 모인 고백들
일러스트 김대중
일러스트 김대중

진정 중요한 건 가슴에 새긴다. 죽음과 이별. 우리가 언젠간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삶의 애달픈 진실. 하지만 팬데믹의 공포는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고도 슬픔을 새길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진실의 순간을 응시할 기회도 놓쳤다. <한겨레>가 창간 34돌을 맞아 지난달 말 문을 연 ‘온라인 추모소’에선 뒤늦은 회한과 아쉬움, 그리움과 사랑을 절절하게 표현한 글을 만날 수 있다.

황망한 죽음에 이별의 예도 사라졌다. 바이러스에 희생된 육신은 염습도 생략한 채 화장장으로 직행했다. “살아 계실 때 지어놓은 그 좋은 안동포도 못 입혀드린” 슬픔으로 가족은 오열했다. 방호복으로 무장한 아들은 입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한줌 재로 변한 아버지를 받아들었고, 아내는 확진 판정을 받아 남편 빈소에 올 수 없었다. 임종 직전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채 전하지 못한 딸은 후회로 가슴을 쳤다. 가족 면회가 금지된 병원에서 환자는 홀로 죽음을 맞기도 했다. 급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딸은 “간병할 기회조차도 주시지 않고 엄마가 떠나버렸다”며 눈물짓고, 아들은 “병원 가셔서 단 한번 어머니와 눈인사 한번 주시고 그리 가실 줄 몰랐다”며 탄식한다. 부모를 잃은 자식들의 후회는 한결같다. “항상 곁에 있을 것 같아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추억은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준다. 손녀는 얼굴을 쓰다듬던 할아버지의 단단한 손과 배웅하며 창밖으로 손 내밀던 모습을 기억한다. “뜨거운 아랫목, 목화솜 이불에 배어 있던 할머니의 냄새”는 또 얼마나 생생한지.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단팥빵”을 제사상에 올리겠다고 손주는 마음먹는다. 며느리는 “시골집 부엌살림이 손에 익지 않아 허둥대도 꾸중 않던 (시)어머니”를 향해 “어머님이 알고 계셨던 것 이상으로 나는 어머님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고백한다. 1년 전 세상을 떠난 선배와 16년간 함께 텃밭농사를 지었던 후배는 “샛노랗게 고추밭을 포위하고 있는 금계국”을 보면서 “돗자리 펴고 막걸리 흥건히 건네던” 때를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올린다. 어릴 적 아버지가 안 계셨던 성당 신자에게 아버지 같은 정을 느끼게 한 신부님, 월급 탄 손녀가 선물한 방한 부츠가 신기 아까워 방안에 모셔만 두었던 할아버지, 병석에 누워서도 의사가 오면 미리 사과를 깎아놓고 권했던 할머니 환자…. 그들이 떠난 자리엔 사랑의 발자국이 남았다.

코로나는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깨달음도 안겼다. 어린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이렇게 적었다. “코로나19 희생자뿐 아니라 사회의 불합리한 제도 아래 안타깝게 희생된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 누구든,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함께 아픔을 나누고 추도하며 상처를 치유해나가야 합니다.”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신 할머니 환자를 생각하면서 왕진 다니던 의사는 다짐한다. “어머니를 뒤따르는 이들을 오늘도 왕진 가서 만나고 옵니다. 그분들이 어머니와는 조금 다른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남아 있는 저희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잘해낼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추모편지는 6월 내내 접수합니다. 고인의 삶을 돌아보고 그리움을 전하는 글을 이메일(missyou@hani.co.kr)로 보내주세요. 분량은 200자 이상으로, 형식은 조사·편지 등 제한이 없습니다. 고인 또는 고인과의 추억이 담겨 있는 사진을 함께 보내주시면 소중하게 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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