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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상민 장관님, 질문 세 개만 하겠습니다

등록 2022-07-17 15:38수정 2022-07-18 09:37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계획인 경찰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계획인 경찰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질문 세 개 해도 괜찮겠습니까?”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203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국 신설 계획 발표 자리였다. 두 번째로 질문 기회를 얻었다. “어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이나 경찰 고위직 관련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지 않을 땐 ‘수사 하라’고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발언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이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경찰국 신설 논란 이후 이 장관은 누차 “개별적·구체적 수사에 영향력을 미치지 않겠다”고 말해왔기에, 순간 내 귀를 의심했고 이내 장관의 머릿속을 의심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법)는 “장관은 일반적인 지휘만 하겠다고 말하지만 수사에 전반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특정 고위직 경찰이 문제가 됐는데 경찰이 수사를 안 한다고 해서 장관이 수사하라고 하는 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질문. “현행 경찰법은 국가경찰위원회가 경찰 주요 정책 심의·의결권을 갖고 행안부 장관은 재의요구권만 갖는데, 신설하는 ‘경찰청장 지휘규칙’은 법 제·개정에 필요한 기본 계획 등 경찰 중요 정책에 대해 장관에게 승인권을 줍니다. 지휘규칙이 현행 경찰법과 충돌하지 않습니까?”

이 장관은 “국가경찰위는 행안부 장관의 자문위원회 성격”이라며 “앞으로 경찰 중요 정책은 국가경찰위 사전 심의·의결을 거쳐 장관의 승인을 받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차 물었다. “지휘규칙 제정이 아니라 경찰법 개정 사안 아닌가요?” 이 장관은 “좀 법률적인 문제라 지금 자세한 설명은 적절치 않다”며 “국가경찰위의 의결은 기속력 있는 의결이 아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국가경찰위 심의·의결 이후 장관이 승인)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이 대목에서 법학자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황당한 법 해석이란 것이다. 박병욱 제주대 교수(행정법)는 “국회가 1960년대부터 논의를 시작해 1991년 경찰법을 제정하면서 종국적으로 의결한 사항은 경찰의 주요 정책이나 법령 개정에 대해 구속력을 갖는 심의·의결 권한을 국가경찰위에 주고, 행안부 장관 권한은 안건 부의와 재의 요구권에 한정한다는 것”이라며 “법률 개정 없이 장관에게 승인권을 주는 건 위법하며 행안부 계획은 하위법 제정을 통한 현행 법률 무시”라고 말했다. 서보학 교수는 “장관이 경찰 보고를 받고 승인하고 지휘하겠다는 지휘규칙은 경찰 행정을 국가경찰위가 심의·의결하고 경찰청이 집행하는 현행 법체계와 안 맞는다. 행안부가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도 지난 3일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문의견서에서 “치안 사무를 행안부 내 경찰국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과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하기 위해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는 것은 현행 정부조직법과 경찰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썼다.

마지막 질문. “지난달 21일 행안부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권고한 ‘경찰청장 등에 대한 장관의 징계요구권’, ‘경찰 고위직 후보추천위 또는 제청자문위’ 신설은 새로 생기는 경찰제도 발전위원회 논의 주제에 포함되는 건가요?”

이 장관은 “발전위원회가 자율적으로 논의 사항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켜볼 일이다. 행안부의 이번 계획으로, 장관의 인사·징계권 강화, 국가경찰위 권한 축소, 장관의 경찰 중요 정책 승인권 확대로 가는 길이 열렸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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