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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접경지 농작물 수확 포기 속출, 왜?

등록 2022-07-27 11:54수정 2022-07-28 02:30

기후위기·일손부족·출입통제 ‘3중고’
봄 한파·가뭄, 여름 폭염·폭우 반복
양파·감자 등 생산량 예년 절반 그쳐
농민 “정부 차원 안전망 마련해달라”
폭염과 폭우가 반복된 기후위기로 올해 경기 파주시 민북지역에서 재배된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친농연 제공
폭염과 폭우가 반복된 기후위기로 올해 경기 파주시 민북지역에서 재배된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친농연 제공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 농민들이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이상 기후에 일손 부족까지 겹쳐 농작물 수확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힘겹게 거둬들인 친환경 농산물도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품질 또한 정품 규격에 못 미친 게 많아 친환경 학교급식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27일 파주 친환경농업인연합회(친농연)가 80여 회원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양파, 감자, 마늘, 보리, 블루베리, 노지 채소 등 대다수 친환경 농산물의 수확량이 예년보다 30~40%가량 감소했으며, 감자는 4만여㎡가량 수확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상민 파주 친농연 사무국장은 “농자재값, 인건비의 가파른 상승에다 수확량 급감으로 농산물값이 폭등해 농민은 물론 자영업자와 도시 소비자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수확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이상 기후를 지목했다. 봄에 한파와 가뭄이 극성을 부려 파종과 성장이 늦어진데다 수확기인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때이른 불볕더위와 열대야, 강풍을 동반한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는 날씨로 인해 제때 농작물 수확을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파주지역에 내린 폭우로 수확을 앞둔 감자밭이 물에 잠겨 있다. 경기 친농연 제공
최근 경기 파주지역에 내린 폭우로 수확을 앞둔 감자밭이 물에 잠겨 있다. 경기 친농연 제공

경기 파주시 민통선 북쪽에 내린 폭우로 수확하지 못한 양파들이 물에 잠겨 있다. 경기 친농연 제공
경기 파주시 민통선 북쪽에 내린 폭우로 수확하지 못한 양파들이 물에 잠겨 있다. 경기 친농연 제공
민간인 통제선 북쪽에서 과일·채소 등 친환경 농사를 짓는 김상기 경기 친농연 회장은 올해 약 7천㎡에 심은 감자 수확을 포기했다. 김 회장은 “장마가 오기 전에 수확해야 했는데 일손을 구하지 못해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수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장마와 함께 시작된 태풍급 강풍으로 배 농사도 심각한 낙과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양파를 거둔 뒤 폭우가 쏟아져 수확물을 썩힌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민통선 북쪽에서 7천㎡ 규모의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는 박계용씨는 “봄철 가뭄과 이상 한파로 나무 500여 그루가 말라 죽었고, 여름철에는 폭우와 폭염, 일손 부족으로 제때 수확을 못해 올해 작황이 작년과 견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며 “장마 시기에 안정된 수확과 병충해·냉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비가림 시설 등 정부의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과 농사를 짓는 명인복씨는 “기후 변화로 열대야 발생이 증가하고 야간에 온도가 상승해 낙과가 많고 당도 저하와 착색에 의한 품질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낙과 피해를 입은 경기 파주시 민북지역 배농장 모습. 경기 친농연 제공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낙과 피해를 입은 경기 파주시 민북지역 배농장 모습. 경기 친농연 제공
민통선 북쪽 지역의 농가들은 관할 군부대의 까다로운 출입통제로 외국인 농업노동자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통선 북쪽에서 농사를 짓는 한 농민회원은 “친환경 농가는 일손이 더 많이 필요한데 농촌인구 고령화와 코로나 이후 외국인 농업노동자가 들어오기 힘들어 돈을 주고도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더욱이 관할 군부대가 인솔해온 외국인 농업노동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해 가뜩이나 비싼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상기 회장은 “어렵사리 수확한 친환경 농산물도 납품 기준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 향후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천재지변으로 직격탄을 맞은 친환경 농민들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농산물 재해보험 등 최소한 안전망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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