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발달장애 가족이 참변을 당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반지하 방 앞에 지난 12일 오후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20년 내 반지하 주택을 모두 없애겠다고 한 서울시가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순차적으로 건축 내구연한(30년)이 지나는 공공임대주택을 용적률을 올려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23만호 이상을 확보해 반지하 거주자에게 공급한다는 게 뼈대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20년 내 반지하 주택 소멸’ 목표 달성에는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당장 올해 말까지 연한이 지나는 서울시 소유의 공공임대주택은 1만8천호에 그쳐 실제 반지하 거주자에게 공급되는 물량은 향후 5년 내에 5만호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연한이 지나는 공공임대주택의 20%가량은 서울시가 조정하기 어려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급 물량이다.
서울시는 15일 보도자료를 내어 “2042년까지 지은 지 30년이 돼 재건축 시점이 되는 공공임대주택 258개 단지 11만8천여호를 재건축할 때 용적률을 높여 23만호 이상의 공공주택을 확보한다”며 “반지하 가구 주거 상향은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으로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이 20만호가량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날 발표는
지난 10일 반지하 주택을 10~20년에 걸쳐 없애고 반지하 거주자에겐 공공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준다고 밝힌 데 이은 추가 대책이다. 공공주택 확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자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20년 내 반지하 거주 소멸’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김선수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예전엔 용적률에 못 미치는 5층짜리도 많이 지었다. 현재 용적률 기준을 크게 조정하지 않더라도 공공주택을 두배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간 재개발을 포함해 정비 사업을 확대해 반지하 주택을 줄인다는 구상도 내놨다. 서울시는 해마다 8천호 남짓의 반지하 주택이 정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정비 사업 대상을 선정할 때 침수 이력이 있는 반지하 주택 밀집지역을 우선하기로 했다. 또 반지하 거주자가 지상층으로 이주할 때 매달 20만원씩 2년간 ‘주택바우처’ 형태로 지급한다는 방안도 이날 내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침수 방지시설 같은 단기 대책에 더해 노후 공공임대주택단지에 대한 신속한 재정비로 반지하 주택 거주 가구를 지상층으로 올리는 근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구상대로라도 ‘20년 내 반지하 주택 소멸’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다. 핵심 수단으로 서울시가 제시한 공공임대주택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건축 연한이 지났더라도 곧바로 재건축하기 어려운데다, 올해 말까지 연한이 꽉 차는 물량은 1만8천호, 5년 뒤까지도 6만호 남짓에 그친다. 재건축 기간 등을 고려하면 실제 반지하 가구가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물량은 7~8년 뒤에도 10만호가 되지 않는 셈이다. 특히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 확보 예상 물량에 서울시와 무관한 엘에이치 물량도 포함했다. 엘에이치 물량은 서울시가 밝힌 전체 물량(향후 20년 기준)의 20% 안팎에 이른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공공주택도 재건축 땐 소셜믹스 차원에서 분양을 넣을 수밖에 없고 기존 주민을 쫓아내는 일은 큰 사회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데, 서울시가 공공주택 재개발을 너무 쉽게 보는 듯하다”며 “실효성과 현실성을 좀 더 따져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조만간 반지하 주거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쪽은 “16일 예정된 250만호 이상 주택공급 대책에 반지하 관련 대책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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