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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해 피눈물이 너희에겐 포토제닉인가’ 반지하 대학생이 묻다

등록 2022-08-12 13:52수정 2022-08-19 16:50

대학생 단체, 김성원 의원 사퇴 요구
“주거 때문에 죽지 않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전화로만 지시한 윤, 박근혜 닮아”
12일 오전 10시55분께 성동구, 서대문구, 동대문구 반지하에 거주하는 청년들과 대학생 단체 회원 100여명이 국민의힘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당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고병찬 기자
12일 오전 10시55분께 성동구, 서대문구, 동대문구 반지하에 거주하는 청년들과 대학생 단체 회원 100여명이 국민의힘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당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고병찬 기자

“반지하 거주 33만 가구의 생사가 달린 문제인데 비나 왔으면 좋겠다니요. 수해복구 현장이 당신들 포토존입니까?”

보증금 300만원, 월세 30만 원짜리 서울 동대문구 반지하 주택에 산다는 최휘주(동국대 4학년)씨는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서 일가족이 수해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무서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반지하가 “해도 안 들고, 습하고, 벌레·곰팡이도 많다”지만, 재난 상황에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지난 11일 수해 현장에서 “비 좀 왔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은 충격이었다. 최씨는 “지금도 33만 가구가 폭우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김 의원의 발언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며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12일 오전 10시55분께 성동구, 서대문구, 동대문구 반지하에 거주하는 청년들과 대학생 단체 회원 100여명이 국민의힘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당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고병찬 기자
12일 오전 10시55분께 성동구, 서대문구, 동대문구 반지하에 거주하는 청년들과 대학생 단체 회원 100여명이 국민의힘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당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고병찬 기자

대학생 단체 회원들이 김성원 의원의 망언을 규탄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불평등이 곧 재난’이라며 주거불평등 해결 등 민생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대학생 겨레하나’, ‘진보대학생넷’, ‘청년하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대학생 100여명은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수많은 이재민과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심각함에도 정부 여당은 수해 현장에서 홍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며 “당사자인 김성원 의원은 사퇴하고, 정부 여당은 망언을 멈추고 불평등하게 다가오는 재난을 어떻게 해결할지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엔 성동구, 서대문구, 동대문구 반지하에 거주하는 청년 3명도 ‘반지하 청년이 정부·여당에 경고한다’란 손팻말을 들고 참여했다.

12일 오전 10시51분께 대학생 단체 회원 100여명이 ‘수해현장 망언 국민의힘 김성원 사퇴’, ‘반민생 윤석열정부 국민의힘 규탄’, ‘주거불평등 문제해결, 근본적 민생대책 수립’ 등의 피켓을 들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고병찬 기자
12일 오전 10시51분께 대학생 단체 회원 100여명이 ‘수해현장 망언 국민의힘 김성원 사퇴’, ‘반민생 윤석열정부 국민의힘 규탄’, ‘주거불평등 문제해결, 근본적 민생대책 수립’ 등의 피켓을 들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고병찬 기자

앞서 지난 11일 김성원 의원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수해복구 봉사활동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하고,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장애인 가족 3명이 숨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를 찾아 “왜 미리 대피가 안 됐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국민의 피눈물이 너희에겐 포토제닉인가’란 피켓을 든 이들은 이번 폭우로 서울에서 숨진 6명 가운데 4명이 주거 취약계층이었다며 주거불평등 해결을 촉구했다. 발언자로 나선 김수정 서울대학생 겨레하나 대표는 “주거는 생활을 영위하는 장소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의 생활과 위험으로부터의 안전도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정부·여당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개인이 알아서 할 일로 만들지 말고 주거문제 때문에 사람이 죽지 않고 존엄을 지키면서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주거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정부의 재난 대처 능력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민소원 서울 대진연 대외협력국장은 “폭우로 한 일가족이 죽어갈 때 윤석열 정부는 뭐했나”라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대통령이 집에서 전화로 지시만 하는 모습은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동안 가만히만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너무나 똑같은 모습”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이러한 요구를 담은 항의서한을 국민의힘에 전달하기 위해 당사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막혔다.

김성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해당 발언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정말 죄송하다”며 “저로 인해 상처받은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할 일을 사력을 다해 하겠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10시30분께 대학생 단체 회원 100여명이 ‘수해현장 망언 국민의힘 김성원 사퇴’, ‘반민생 윤석열정부 국민의힘 규탄’, ‘주거불평등 문제해결, 근본적 민생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며 대학생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고병찬 기자
12일 오전 10시30분께 대학생 단체 회원 100여명이 ‘수해현장 망언 국민의힘 김성원 사퇴’, ‘반민생 윤석열정부 국민의힘 규탄’, ‘주거불평등 문제해결, 근본적 민생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며 대학생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고병찬 기자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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