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수원 세모녀’의 빈소가 마련되고 있다. 이정하 기자
24일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 특실에는 영정사진 없이 세 명의 위패만 놓여 있었다. 국화꽃 장식이 도착하기 전 빈소는 쓸쓸했다. 추모객이 없는 빈소에는 기자들과 장례식장 관계자만 분주하게 오갔다. 다른 빈소를 찾았던 조문객들이 복도에서 ‘수원 세모녀 사건’을 이야기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지병과 생활고를 겪다 세상을 떠난 수원 세모녀의 장례가 수원시의 공영장례로 치러지는 현장의 모습이다. 수원시는 권선구 연립주택에서 숨진 60대 ㄱ씨와 40대 두 딸에 대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결정했다.
세모녀의 친인척이 주검 인수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주검 포기 위임서를 받아 이같이 결정했다. 시는 수원시 공영장례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안치료·염습비·수의·관 등 주검 처리에 드는 비용과 빈소 사용료·제사상 차림비·위패·향·초·국화 등 장례의식에 필요한 비용 일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의 주검이 안치된 빈소에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시민의 조문도 받을 예정이다. 25일 오후 2시 종교단체의 추모의식에 이어 26일 오전 11시30분 발인이 예정돼 있다.
앞서 경찰은 세모녀에 대한 부검을 마친 상태다. 다만 부패 정도가 심해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주검을 마친 뒤 세모녀의 먼 친척에게 주검을 인계할 계획이었지만, 돌연 취소함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했다.
세모녀는 지난 21일 오후 2시50분께 수원시 권선구의 한 연립주택에서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주검으로 발견됐다. ㄱ씨는 암 진단을 받아 투병 중이었고, 큰딸은 희귀 난치병을 앓았고 둘째 딸로 생활고 등으로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선 어머니와 작은딸이 쓴 9장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서 “지병과 빚 탓에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다”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주소는 화성에 두고, 2020년 2월 현재 거주한 수원시로의 12평 남짓한 월셋집으로 이사했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2000년 초반부터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이들 가족은 택배 등으로 생계를 꾸리던 장남이 2019년에 숨지고 남편까지 사망하면서 더 형편이 어려워졌다. 건강보험료를 지난해 2월부터 16개월분(27만930원) 체납했지만 전입신고 등이 되지 않아 정부의 사회복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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