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에 “좋아하는데 안 받아줘서…” 서울시의원 망언

이상훈 서울시의원 공개 발언
“내 아들도 다음주 입대하는데
가해자든 피해자든 부모 심정… ”
파장 커지자 “머리 숙여 사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아무개씨가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원이 지하철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 피의자에 대해 아버지 마음으로 안타깝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훈 서울시의원은 16일 오후 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에 대해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여러 가지 폭력적인 대응을 남자 직원이 한 것 같다”며 “가해자든 피해자든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내 아들도 다음 주 월요일 군에 입대하는데 아버지 마음으로 미뤄봤을 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다”고 발언했다.

또 피의자에 대해 “31살의 청년이고 서울시민이다. 서울교통공사 들어가려면 나름 열심히 사회생활과 취업 준비를 했었을 서울시민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의 이런 발언은 서울시와 산하 기관의 직원 마음 건강을 위해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파장이 커지자 이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저의 경솔한 발언으로 피해자와 유가족께 깊은 상처를 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전아무개(31)씨는 서울 신당역에서 여성 역무원(28)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인 전씨는 지난 2월 불법 촬영물을 소지하고 피해자를 협박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돼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숨진 역무원은 지난해 10월 불법촬영 혐의로 전씨를 처음 고소했고 올해 1월 전씨를 스토킹 혐의로 다시 고소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경찰은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지 않았다. 

김선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