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을 흉기로 18차례 찔러 다치게 한 최아무개(36)씨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되자, 법정에 울음이 낮게 깔렸다. 두손을 모으고 선고를 기다리던 피해자 엄마(53)는 챙겨온 녹색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허리를 숙여 울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 뻔뻔한 놈아”라며 외쳤지만, 수의를 입은 최씨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가족들은 “피해자는 불안해서 어떻게 사느냐”며 울음을 삼켰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안효승)는 20일 살인미수, 재물손괴 혐의로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최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이날 재판부는 이에 못 미치는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인의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공격했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면서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최씨 쪽은 지금까지 재판부에 7차례 반성문을 제출해왔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봤다. 특히 ‘우발적 범행’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가 범행 일주일 전 피해자에게 ‘내 심정이 지금 널 찔러죽이고 싶다’고 말하며 컵을 집어 던진 점, 사건 당시 집에서 흉기를 챙겨 피해자 가게에 들어선 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공격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앞서 최씨는 지난 7월21일 오후 2시께 전 연인이었던 이아무개(31)씨가 운영하는 경기 안산의 미용실에서 이씨의 목과 가슴을 모두 18차례 찔러 살해하려 했다. 이씨는 다행히 같은 층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의 응급처치로 살아남았지만, 현재까지 육체적·정신적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날 집에서 선고를 전해들은 이씨는 급하게 정신과 약을 복용했다고 했다. 이씨는 한겨레에 “20년을 살고 나오면 겨우 50대인데, 언제든지 다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거 아니냐”라며 “‘대구 돌려차기 사건’도 50년형이 선고됐는데 이번 형량은 터무니없다. 검찰이 양형부당으로 항소를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검찰은 항소를 검토 중이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