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성태(54)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20일 구속됐다.
김경록 수원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전 2시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회장의 사촌형인 양선길(60) 쌍방울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같은 이유로 발부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11월 중국의 한 식당에서 북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송명철 부실장에게 5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60억원)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북쪽 광물자원 개발사업 등에 우선 사업권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3억여원 상당의 뇌물공여 혐의도 있다.
또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전환사채(CB) 매수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회삿돈 30억원을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나노스 전환사채 관련 권리를 보유한 제우스1호투자조합의 조합원 출자지분 상당 부분을 임의로 감액해 김 전 회장 지분으로 변경하는 등 4500억원 상당을 배임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이밖에도 김 전 회장은 2018~2019년 허위공시 등으로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받는다. 검찰은 전환사채 중 일부가 이재명 대표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사비로 지출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 내용을 뺐다. 검찰은 이 대표 쪽에 돈이 흘러간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과 이 대표 쪽은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안면이 있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쌍방울그룹을 지배하는 실사주로 판단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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