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소재 장애인 거주 시설인 우성원을 방문해 거주 장애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의 면담을 하루 앞두고 장애인 거주시설을 직접 찾았다. 전장연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인 ‘탈시설’과 관련해 이슈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1일 오후 2시30분 강동구 고덕동 소재의 장애인 시설인 우성원(거주시설), 한아름(긴급·수시돌봄시설), 라온클린패밀리(직업재활시설) 등을 연이어 방문했다. 오 시장은 이곳에서 시설 관계자, 이용 가족 등과 간담회를 하며 탈시설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우성원에 서른살 아들을 맡겼다고 밝힌 ㄱ씨는 “최근 탈시설 이슈가 뜨고 있어 우리 아이가 쫓겨날까봐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며 “우리 아이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자립할 수 있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다. 돌봐주지 않으면 있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부모들이 시설에 입소하려고 대기하며 울고 있다. 이런 시설이 늘어나서 24시간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듣던 오 시장은 “새겨들었다”고 짧게 답했다. 전장연과의 면담을 앞두고 탈시설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장애인 가족의 입을 빌려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당사자를 만나 탈시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22년 넘게 거주시설에서 지냈다고 밝힌 한 장애인은 “원래 집이 좋은지, 여기가 좋은지” 묻는 오 시장의 질문에 “여기가 좋다”면서도 “곧 있으면 이곳을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유를 묻자 장애인 당사자는 “자립하고 싶어서요”라고 답했고, 오 시장은 웃으며 “여기가 더 좋다고 하시는 것 보니 나가서 다시 들어오실 수도 있겠다”며 “선택지가 많으면 좋죠”라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시설 난방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재활치료를 받는 모습 등을 둘러봤다.
면담 하루 전 시설을 방문한 오 시장의 행보를 두고 전장연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장연은 이날 성명을 내어 “언론 플레이로 서울시의 책임을 장애인단체 간 갈등으로 몰고 가는 무책임한 대화 자리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전장연은 서울시가 책임 있는 자세로 ‘탈시설’ 의제에 대해 직접 유엔 장애인권리위원과 간담회 자리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장연과 서울시의 단독 공개 면담은 2일 오후 3시30분에 열린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