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진행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의 단독 면담에 앞서 “전장연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장애인 혐오를 조장하고 시민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시민사회는 사회적 갈등을 조율하는 시정 책임자인 오 시장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30일 오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출입기자 신년간담회에서 “전장연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지하철 운행 지연으로 예측할 수 없는 손해와 손실을 보는 시민이 사회적 약자”라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발생한 손해액에 대해서는 반드시 소송을 통해 손실보상, 손해배상을 받을 생각이며 전장연과의 면담은 그 점을 분명히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이 2021년 12월3일부터 지난해 12월15일까지 75차례 지하철 시위를 벌여 재산상 피해를 봤다며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 전장연을 상대로 6억145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전문가, 정치권에선 “시정 책임자가 오히려 장애인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론이 제기된다.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전장연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오 시장의 발언은 일부 전장연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오 시장도 전장연이 약자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 장애인 권리 운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며 “장애인단체를 향한 공격이 심해지고 혐오 표현 수위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 정치인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오 시장의 발언이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권리 실현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전장연이 요구하는 이동권 등 권리 자체는 강자와 약자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라면 응당 요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민 권리이고, 전장연은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단체 중 하나”라며 “오 시장이 대화하겠다고 나선 이상 해결책을 이야기해야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언급한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오 시장의 발언은 ‘모든 시민은 평등하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평등의 관점에서 전장연 시위를 봤다면 이들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고 말할 게 아니라 ‘어떤 점에서 이들이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활전문가이자 장애 당사자인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정 책임자인 오 시장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시민을 갈라치기 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동권은 장애인을 포함해 노인과 어린이 등 전체 서울시민의 권리인데 장애인 이동권에만 초점을 맞춰 갈등을 조장하는 형국이다. 국회 차원의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한편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이날 논평을 내어 “오 시장이 밝힌 입장은 ‘시민과 장애인’, ‘장애인과 장애인’을 갈라치며 전쟁을 앞둔 권력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며 “(면담이 열릴) 2일 서울시에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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