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공무원이 행당동에 있는 한 반지하 주택 출입문 차수판을 점검하고 있다. 성동구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지가 앞섰다”며 포기한 반지하 주택 전수 조사를 서울의 한 자치구가 완결했다.
서울 성동구는 16일 “지난해 9월19일부터 12월9일까지 관내 반지하 주택 5279호 중 철거·폐쇄·부존재·비주거 주택 등을 제외한 3823호를 모두 현장 조사했다”며 “이 중 주택 1453호에 대해 시설 지원 2157건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주택 1453채에 필요한 침수 방지 시설은 차수판 또는 하수 역류 방지 시설 712건, 개폐식 방범창 855건, 침수 경보기 12건 등 1679건 등이다. 건강과 위생을 위한 환기팬 설치(478건)도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수해 이후 반지하 주택 20만가구 전수 조사 실시를 약속했으나 약 1100가구 표본 조사로 방침을 바꿔 논란이 일었다. 오 시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인력과 예산상 한계가 있었다. 의지가 앞섰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성동구는 지난해 9월1일 정원오 구청장 지시로 전수 조사에 착수해 3개월여 만에 마무리했다. 주무 부서인 건축과가 기획·실무를 총괄하고 성동구건축사회에 현장 조사(용역비 약 2억2천만원)를 맡기는 방식이었다. 건축사 14명이 주택 5279채를 돌며 대상 주택을 3823채로 추렸다. 건축사 한명이 석달간 평균 270채 안팎의 시설을 점검한 셈이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박성식 성동구건축사회장은 “한명이 하루에 주택 7곳 정도를 돌면서 경사도, 창문 높이, 주 출입구 높이, 방범창 등을 조사했다. 집에 사람이 있으면 인터뷰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윤기수 성동구 건축기획팀장은 “장마철 전에 설치를 끝내야 해서 시간이 빠듯했는데 구청장의 의지가 강했고 건축사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줬다”고 했다.
성동구는 조사를 마친 반지하 주택 주인과 세입자에게 이달 15~17일 안내문을 보내, 다음달 10일까지 침수 방지 시설 등 설치 신청을 받으려고 한다. 이어 3~4월 계측을 위한 현장 조사를 거쳐 장마 전인 6월 중순까지 시공을 마친다는 구상이다. 박미정 성동구 주택정책팀장은 “지금까지는 침수 피해를 본 주민이 신고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차수판 등을 설치해줬는데 이번엔 미리 전수 조사해서 한꺼번에 신청을 받아 장마가 오기 전 설치해준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에이플러스(A+)부터 디(D)까지 반지하 주택의 등급 분류도 마쳤다. 침수 방지 시설 설치가 시급하고 환기 상태가 열악한 시(C), 디(D) 등급은 각각 다섯가구였다고 한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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