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분향소 자진 철거 만료일인 15일 오후 분향소 앞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이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159배를 올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족 70여명은 서울시청 앞에 세운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둘러 에워쌌다. 경찰 기동대 버스차량은 이들 앞에 벽처럼 서 있었다. 희생자들의 영정과 경찰 차량 사이에서 유족들은 159배를 올렸다. 70대인 한 희생자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해 절 대신 깊이 허리를 숙였다. 누나를 잃은 남동생도 두 손을 꼭 붙잡고 머리가 땅에 닿을듯 159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들 위로 ‘약자와 더 가까이 동행하는 서울, 모든 시민이 더 안전한 서울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서울시 새해 인사가 담긴 펼침막이 나부꼈다.
15일 낮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159배를 한 뒤 서울시의 분향소 철거 요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서울시는 유족들에게 시청 앞이 아닌 대안 추모공간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날 낮 1시 시청 앞 분향소를 철거(행정대집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영상 6도의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도 유족들은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두툼한 패딩점퍼와 장갑,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방한복을 껴 입고 있었다. 이들은 희생자 한명 한명의 이름이 불리자 차오른 눈물을 닦으며 다시 무릎을 꿇었다가 일어나길 반복했다. 이들 앞으로 수녀들과 대학생,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두 손을 모아 합장했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6명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도 자리를 지켰다.
159배를 마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은 서울시를 향해 “분향소에 대한 위법한 행정대집행을 중단하고,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지우려 하지 말라”며 분향소 운영에 적극 협조하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분향소 자진 철거 만료일인 15일 오후 분향소 앞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이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오세훈 시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참사 희생자들의 형제·자매 3명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 이 참사를 책임져야 할 당신들께 말한다. 왜 조례와 법률을 운운하며 우리 유가족을 범법자로 낙인찍고 일반 국민과 갈라치기 하려고 하십니까”라며 “진정 가족과 소통하려면 시장은 이곳으로 내려오라”고 나눠 발언했다. 또 앞서 서울시가 참사 직후인 국가 애도 기간 당시 서울 광장에 영정과 위패 없는 분향소를 설치했던 점을 짚으며 “대통령이 지시하면 맞고, 유가족이 원하면 틀린 것인가”라며 “우리 유가족이 진상규명을 외치다가 피를 토하는 한이 있어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도 “10월29일 우리 가족들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지만 시청광장에서는 우리 아이들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며 “유가족에겐 희생자를 온전히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권리, 진정한 사과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 오후 “유가족들께서 15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 없이 대화 자체를 거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부득이 행정대집행 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시는 언제 집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분향소 철거 시점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날 오후 경찰이 광장 인근에 접이식 펜스를 치면서 유족들과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저녁 6시30분부터 진행될 고 백기완 선생 2주기 추모제 개최에 앞서 광장 서편 차로와 분향소 앞 공간을 분리한다는 취지라고 했으나, 분향소 출입로 앞까지 펜스를 설치하면서다. 유족들 반발에 경찰은 집회 신고된 구역이 아닌 분향소 인근 펜스를 정리하기도 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해 사과 및 재발방지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날 경찰은 분향소 인근 기동대 5개 중대 약 300명을 배치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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